에 의해서 sosuh | 3월 29, 2026 | 미술선생의 책상
마감이 있는 그림과, 시간이 있는 그림 성인 그림책 수업을 외부에서 진행할 때는 늘 마감이 먼저 주어진다.정해진 기간 안에 글을 쓰고, 페이지를 구성하고, 그림까지 완성해야 한다. 보통 10주 만에 인쇄소로 파일을 넘겨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그림의 스타일을 충분히 탐색할 시간이 많지 않다. 결국 지금 가능한 상태 안에서, 단점을 보완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다. 반대로 학원에서 진행하는 성인 그림책 수업이나 일러스트 수업은 시간으로부터 조금 더...
에 의해서 sosuh | 3월 21, 2026 | 조용한 하루
안개 낀 나무숲을 연필로 한참 사각사각 그리던 때가 있었다. 종이 앞에 온종일 엎드려 있고만 싶었던 시절. 아침이면 흰 종이 위로 닳아가는 연필의 마찰음을 남은 생애 동안 듣고 살겠노라 다짐했다가, 저녁이면 재능 없음에 울적해지기를 파도처럼 반복하던 시간들. 그러니 멋진 숲 사진이 올라오는 포스팅을 마주할 때면 마음속에 저 나무들을 보고 싶어 속수무책으로 동경이 피어오르던 나날이었다. 지금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그때의 내가 감행한 어느 날의 돌발 행동. 내가 좋아하는...
에 의해서 sosuh | 3월 12, 2026 | 조용한 하루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단발 머리가 내 트레이드마크였다. 나름 변화를 주었다고 말하면 늘 조카는 비슷하다며 ‘이모다운 헤어스타일’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문득 지금의 내 머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어깨를 훌쩍 넘긴 긴 머리라니. 내가 언제 이렇게 길러본 적이 있었지? 내 폰에 남아 있는 어릴 적 사진을 다시 찾아 본다. 세 형제가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나는 머리를 길게 땋아 양쪽으로 동그랗게 말아 올리고 있다. 꼭 ‘빨간 머리...
에 의해서 sosuh | 3월 4, 2026 | 조용한 하루
또 깼다.화장실을 다녀와 시간을 확인하니 어김없이 새벽 세 시 반이다. 바로 잠들면 좋겠지만, 십중팔구는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몇 번을 뒤척이다가 결국 잠을 포기하고 일어나 버린다. 이쯤 되니 이것도 하나의 루틴이다. 다행히 이번 주까진 겨울방학이라 수업은 오후에 있다. 침대에 걸터앉아 라디오를 백색소음처럼 틀어 놓고 졸았다 깼다를 반복하며 한두 시간쯤 게으름을 피우다가 천천히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도 그렇게 새벽에 깼다. 눈이 간지러워 왼쪽 눈을 비볐다. 좀처럼 간지러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