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만날 줄 몰랐고 만날 리 없는 것들이 만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고 했던가.
그 첫날의 통화와 만남을 여전히 기억한다. 묘한 인연은 그 후로도 이어져, 당신이 좋아할 것 같다며 고즈넉한 곳들을 종종 추천해주셨다.
나무는 좋아하지만 나무를 잘 모르는 나를 또 엄청 놀리시며 이것저것 알려주실테지. 나는 아직도 그를 잘 모르겠고, 여전히 숲같고 안개같아 헤매지만 고양이 같은 나를 집사처럼 챙겨주시는 것들이 늘 넘치게 고맙다.
이 나이에 하는 작은 반항
어릴 적 ‘다이애나’ 머리부터 ‘사파이어 왕자’ 컷트, 그리고 인생 최장의 긴 머리까지.
머리 모양의 변천사를 따라가며 나이와 취향, 작은 반항을 하고 있는 내 헤어스타일 변천사.
가까울수록 흐려지는 것들
새벽 3시 반에 반복해서 깨는 일상, 눈 충혈과 건조증, 난시로 흐릿해진 시야.
안규철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을 읽으며 ‘가까울수록 잘 보이지 않는 이유’와 거리의 의미를 생각하다.
이번엔, 페터 비에리!
[애서가의 책장]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부터!
모든 것을 마음먹은 대로 살 수는 없다.
원하지만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일.
이 책을 세 번째 다시 읽으며 나는 여전히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조용히 밑줄을 긋는다.
무심한 겨울 끝에서 꿈꾸는 ‘봄날의 고양이’
촘촘한 시간의 밀도 속에 갇혀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문득 마음의 여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도 고양이처럼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싶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햇살 한 조각에 마음이 녹아드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사나운 애착,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
[애서가의 책장]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을 읽고 기록한 독후 에세이.
비비언 고닉은 언제나 자신을 관찰의 도구로 삼는다. 감정에 잠기되 도취되지 않고, 경험을 고백하되 감상으로 빠지지 않는다. 고닉의 문장은 늘 질문형으로 남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 감정은 어디서 왔는가,
이 관계는 무엇을 드러내는가.
이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 그것이 비비언 고닉이라는 작가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일 것이다.
Merry Birthday, Sincerely 2025
무언가를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 한 게 없는 것 같기도 한 해였지만 분명히 무사히, 그리고 조용히 지나온 한 해였다.
…
언제나 나보다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인 당신이 있어,
2025년에도 덕분에 행복했다고.
이렇게 또 한 살 나이를 먹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애서가의 책장]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를 읽으며, 나는 여러 번 멈춰 서서 밑줄을 그었다.
밑줄은 언제나 내 삶이 문장에 걸려 넘어질 때 생긴다.
삶이 종종 연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막과 막 사이의 간극이 괴로워 불 꺼진 무대 위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
킥복싱 금지령, 잠시 다른 세계로 잠수하다_6
“운동요? 한 달은 무조건 쉬셔야 합니다. 정 하고 싶으시면 유산소만 하세요.”
일주일 정도 쉬면 되겠지 했는데, 한달이라니. 이제 막 스파링 연습에 재미를 붙이려던 참이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한 달 운동 금지령’이 내려졌다.
그래서 신청한 프리다이빙.
숨을 참고 깊이 내려가면 발아래로 아찔하게 열려 있는 25m 수심, 잠수풀이라는 낯선 공간, 물속의 고요.
편안함의 습격
[애서가의 책장]
“여기,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당신은 무엇을 이용하겠는가?
실험 결과, 단 2퍼센트의 사람만이 계단을 오른다.”
–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깐 고민하다 계단을 선택한다. 그래,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움직이자. 조금 더 불편함을 선택해 보기로 한다.
『편안함의 습격』은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유쾌했고, 무엇보다 내 습관을 가장 강력하게 흔들었다!
9년만에 다시, 순천만
9년 만에 다시 찾은 순천만.
사락사락 갈대들이 흔들리며 내는 속삭거림과 어딜 봐도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황홀한 풍경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이토록 넋을 놓게 만드는 너른 풍경을 앞에 두고…
별명 속에 담긴 내 얼굴
한 사람안에는 얼마나 많은 모습이 있는 걸까.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종종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그 중에서도 나를 부르는 별명은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생각해보게 되니…
샌드백 1년 차, 스파링으로 가는 길_5
무에타이 킥복싱은 태권도의 발차기와 달리 발에 힘을 주며 차는 게 아니고, 몸의 골반이 회전하고 다리는 채찍처럼 따라가 감싸듯이 차는 것이라고 배웠다.
물론 귀로 듣고 머리로 이해했지만 내 몸이 내 생각대로 따라주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결국 연습만이 나아지는 길. 수업이 끝나고 10분~20분 혼자 샌드백을 상대로 열심히 킥을 차고 나면 나에게 남는 건 다리의 퍼런 멍뿐이었다.
관조하는 삶
[애서가의 책장]
철학자 한병철의 『관조하는 삶』을 읽으며 성과 사회 속에서 잊혀진 무위와 바라보기의 힘을 성찰한다.
행위와 관조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삶, 조용히 살고 싶다는 나의 환상은 무엇일까?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애서가의 책장]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를 읽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어느새 ‘빨리 만들고 잘 만드는 법’을 궁금해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글쓰기는 ‘만드는 일’이 아니라 쓰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되어가는 과정(becoming)’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