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하루

그림자 쪽에 서서

그림자 쪽에 서서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책이 좋고 책 만드는 것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인생보다 혹은 인생만큼 대단하게 여기고 싶지는 않다 ) 책은 사람을 바꿀 수 있다. 내게 그런 경험이 있다. 최소한 하나의 사례를 아는 셈이어서,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안 슬픈데요” (달의 뒷면_2)

“안 슬픈데요” (달의 뒷면_2)

생존수영 수업 이야기에서 시작된 질문.
“안 슬픈데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통해 죽음과 상실,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본 기록.

달의 뒷면_1

달의 뒷면_1

학원을 운영하며 알게 된 것들.
교육연수와 행정업무, 끝없는 연락들, 그리고 쉴 새 없이 말을 거는 아이들까지.
보이는 것 뒤에 있는 또 하나의 세계- 달의 뒷면 관찰기.1

파스칼 메르시어, 『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언어의 무게』

[애서가의 책장]
하나의 문장을 만나기 위해 한 권의 책이 내게 닿을 때가 있다.
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가 내게는 그러했다. 63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었지만, 어느 한 페이지의 문장 앞에서 나는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나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인가 보다

나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인가 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더니…
말 없는 아이로 자라 속내를 알 수 없는 어려운 딸이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기쁨과 눈물을 오가는 엄마가 되고 나서 보이는 내리사랑.
여전히 ‘아픈 손가락’으로 살고 있는 나이 든 둘째 딸의 고백.

예체능의 자세, 힘 빼기의 기술 _7

예체능의 자세, 힘 빼기의 기술 _7

저녁 시간에 운동을 가면 새로 오신 분들이 많다. 샌드백을 치다가 내가 옆에 서면, 괜히 더 힘을 주며 동작이 커지는 게 보인다. 피식 웃음이 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내 호흡에 집중한다. ‘츳’ 하고 숨을 끊으며 펀치와 킥을 돌려찬다.
한참을 치고 나면, 옆에 있던 분이 슬쩍 다가와 말을 건넨다.
“와… 오래되셨나 봐요.”

다시, 『리스본행 야간열차』

다시, 『리스본행 야간열차』

[애서가의 책장]
“난 완벽하게 우연히 이곳에. 당신은 완벽하게 우연히 그곳에 있었소. 그 사이에는 샴페인 잔들….. 그래요. 그랬던 거요. 필연은 없었소.”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비에리는 소설 속에서 묻는다. “우리 모두 삶의 일부분밖에 경험할 수 없는 거라면, 우리 안에 있는 나머지들, 즉 경험하지 못한 대다수의 부분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숲, 안개, 느린 인간

숲, 안개, 느린 인간

세계는 만날 줄 몰랐고 만날 리 없는 것들이 만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고 했던가.
그 첫날의 통화와 만남을 여전히 기억한다. 묘한 인연은 그 후로도 이어져, 당신이 좋아할 것 같다며 고즈넉한 곳들을 종종 추천해주셨다.
나무는 좋아하지만 나무를 잘 모르는 나를 또 엄청 놀리시며 이것저것 알려주실테지. 나는 아직도 그를 잘 모르겠고, 여전히 숲같고 안개같아 헤매지만 고양이 같은 나를 집사처럼 챙겨주시는 것들이 늘 넘치게 고맙다.

이 나이에 하는 작은 반항

이 나이에 하는 작은 반항

어릴 적 ‘다이애나’ 머리부터 ‘사파이어 왕자’ 컷트, 그리고 인생 최장의 긴 머리까지.
머리 모양의 변천사를 따라가며 나이와 취향, 작은 반항을 하고 있는 내 헤어스타일 변천사.

가까울수록 흐려지는 것들

가까울수록 흐려지는 것들

새벽 3시 반에 반복해서 깨는 일상, 눈 충혈과 건조증, 난시로 흐릿해진 시야.
안규철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을 읽으며 ‘가까울수록 잘 보이지 않는 이유’와 거리의 의미를 생각하다.

이번엔, 페터 비에리!

이번엔, 페터 비에리!

[애서가의 책장]
페터 비에리, 『자기 결정』부터!
모든 것을 마음먹은 대로 살 수는 없다.
원하지만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일.
이 책을 세 번째 다시 읽으며 나는 여전히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조용히 밑줄을 긋는다.

무심한 겨울 끝에서 꿈꾸는 ‘봄날의 고양이’

무심한 겨울 끝에서 꿈꾸는 ‘봄날의 고양이’

촘촘한 시간의 밀도 속에 갇혀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문득 마음의 여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도 고양이처럼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고 싶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햇살 한 조각에 마음이 녹아드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사나운 애착,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

사나운 애착,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

[애서가의 책장]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을 읽고 기록한 독후 에세이.
비비언 고닉은 언제나 자신을 관찰의 도구로 삼는다. 감정에 잠기되 도취되지 않고, 경험을 고백하되 감상으로 빠지지 않는다. 고닉의 문장은 늘 질문형으로 남아 있다.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 감정은 어디서 왔는가,
이 관계는 무엇을 드러내는가.
이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 그것이 비비언 고닉이라는 작가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일 것이다.

Merry Birthday, Sincerely 2025

Merry Birthday, Sincerely 2025

무언가를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 한 게 없는 것 같기도 한 해였지만 분명히 무사히, 그리고 조용히 지나온 한 해였다.

언제나 나보다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인 당신이 있어,
2025년에도 덕분에 행복했다고.
이렇게 또 한 살 나이를 먹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애서가의 책장]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를 읽으며, 나는 여러 번 멈춰 서서 밑줄을 그었다.
밑줄은 언제나 내 삶이 문장에 걸려 넘어질 때 생긴다.
삶이 종종 연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막과 막 사이의 간극이 괴로워 불 꺼진 무대 위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