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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권의 더미북이 나오기까지_4. 본격적으로 그리기 전에, 판형 체크하기

그림책, 한권의 더미북이 나오기까지_4. 본격적으로 그리기 전에, 판형 체크하기

더미북, 그림을 그리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썸네일을 완성하고, 캐릭터 턴어라운드로 내 그림을 그릴 재료까지 골랐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판형이다.

판형은 책의 사이즈를 말한다.
한 페이지를 기준으로 가로와 세로의 크기.
즉, 책을 덮었을 때 보이는 사이즈다.
그렇다면 그림을 그릴 때는 어떤 사이즈로 작업해야 할까?

그림을 시작하기 전, 이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나는 어떤 크기의 책을 만들고 싶은가.’

그림책은 한 쪽이 아니라, 한 바닥으로 읽힌다

그림책에서는 책을 펼쳤을 때 보이는 양쪽 페이지를 ‘한 바닥’이라고 부른다.
그림은 이 한 바닥을 기준으로 그려진다. 그러니 판형을 정했다면 두 페이지가 나란히 보이는 한 바닥으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이 면은 인쇄 과정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큰 종이에 여러 페이지가 얹혀 인쇄되고, 잘리고, 접히고, 묶여서 비로소 한 권의 책이 된다.

그림책, 한권의 더미북이 나오기까지_4. 본격적으로 그리기 전에, 판형 체크하기
그린 그림과 글을 디자인해서 완성된 그림책 더미북의 한 바닥

잘릴 것을 미리 알고 그린다는 것

이 과정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인쇄가 끝난 뒤, 책은 다시 한 번 잘린다는 사실이다.

보통 가운데 접히는 부분을 제외하고 상·하·좌·우 약 3mm씩이 잘린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는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의 판형보다 잘려나가는 재단선 여유분까지 포함해서 그려야 한다.
이 여유분이 없으면 그림이 한쪽으로 쏠리고 인쇄 실수가 난 것처럼
책은 어딘가 어색한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잘릴 것을 알고 그린다는 것.
그건 책을 만드는 수업을 하며 누누이 설명하는 부분이다.
시각디자인과 수업에서도 강조하는데 이는 초보 디자이너가 인쇄사고로 가장 자주 실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림책, 한권의 더미북이 나오기까지_4. 본격적으로 그리기 전에, 판형 체크하기
그린 그림과 글을 디자인해서 완성된 그림책 더미북의 한 바닥

모두 같은 책일 필요는 없으니까

수업을 하다 보면 다른 곳에서 그림책 만들기를 해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미 정해진 사이즈, 왼쪽엔 글, 오른쪽엔 그림, 흰 배경 위에만 그리도록 했다는 이야기.

아마도 가장 안전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책들은 똑같은 책 같았다며 내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주셨다.

내가 진행하는 곳에서는 이야기에 맞춰 판형도, 재료도, 그림의 방식과 레이아웃도 각자 선택하도록 한다.
책이 완성되었을 때 “이건 정말 내 책 같다”며 좋아하시는 모습이 참 좋다.

그림책, 한권의 더미북이 나오기까지_4. 본격적으로 그리기 전에, 판형 체크하기
종이 위에 그린 그림 원화. 글씨는 가장 마지막에 넣어 디자인을 완성한다.

이제야 비로소, 첫 장면을 그릴 수 있다

판형을 정하고, 썸네일로 흐름을 만들고, 캐릭터와 재료를 골랐다면 이제 정말 한 바닥을 그려볼 시간이다.

첫 한 페이지를 완성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내가 수업에서 하는 말,

“딱 3바닥까지만 완성해보세요. 그러면 4바닥째부터는 재료가 익숙해서 그리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그 힘으로 16바닥까지 갈 수 있어요!!”
처음에는 단 한 바닥을 완성하는 일이 이토록 어렵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문득 세상에 나온 모든 그림책들이 다르게 보이더라는 얘긴 수업을 할때마다 듣는다.

그려가면서 수정하고, 방법을 바꾸고, 조금 더 편한 재료를 찾으면 된다.
글씨는 나중에 넣어도 괜찮다.
지금은 그림 속에 이야기가 숨 쉴 자리를 남겨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제,
정말로 그리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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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uh profile

디자인, 일러스트, 그림책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강의해왔습니다.
현재는 분당에서 ‘그림산책’이라는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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