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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그림책 수업 : 올해는 과연…

그림책 수업
그림책 수업
그림책 수업

성인 그림책 수업

수요일 오전은 도서관 수업이 있다. 올해로 4년째 동탄복합문화센터에서 성인 그림책 수업 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엔 아이패드 드로잉 수업으로 시작된 인연이었는데, 지금은 한 권의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보는 메이크북스 프로그램 독립출판 책만들기 중에서 성인 그림책 수업을 하고 있다.

인기 만점, 성인 그림책 수업

이 수업은 한 달 전에 모집 공고가 올라오는데, 신청 당일엔 ‘광클릭’이 필요하다고한다. 모집 인원이 소수라 경쟁이 치열하고 그만큼 인기가 많다. 수업은 매주차 개인별 피드백을 통해 진행되며 글과 그림까지 직접 만든 자신만의 그림책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수업의 첫걸음, ‘썸네일 작업’

수업 첫 날엔 인사를 나누고 전체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설명 드리고 매주 과제가 나간다. 그림책 수업의 첫 과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와서, 작은 크기로 그림과 텍스트의 위치를 잡아보는 ‘썸네일’ 그려보기. 이 작업은 책 전체의 흐름과 구성을 미리 잡아보는 시간이라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도서관 수업의 특성상 마지막 수업까지 일정이 정해져 있어서, 썸네일을 여러 번 수정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 썸네일이 안나오면 다음 진행이 더딘데 정해져 있는 마감 일정이라 이럴때는 그림을 진행하면서 같이 수정을 하게 된다.

빠듯한 일정중에서 결국 두 손을 들고 포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럴때 하지 않으면 언제 자신의 책을 만들어보겠냐며 열심히 그려오시는 분들이 계셔 힘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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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권이 완성되기까지

수업의 마지막엔 직접 만든 그림책이 한 권 완성된다. ‘더미북(Dummy Book)’이라고 부르는 이 책은 글과 그림을 모두 얹어 실제 책처럼 만들어 보는 것. 처음엔 그림부터 글, 폰트, 디자인까지 모두 수강생이 했지만, 지금은 그림만 그리면 디자인은 내가 진행해서 책을 만든다.

이 과정을 겪어보면, 세상의 모든 책이 다시 보인다. 이 한권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과정들이 있었겠구나 싶어 세상 모든 작가들이 새삼스럽고 대단하다고 느껴진다며 “그림책이 이렇게 깊은줄 몰랐어요” 하신다. ㅎㅎ

“그림책, 생각보다 어렵네요?”

성인분들은 대부분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이 많다. 시작할 땐 “그림책쯤이야~” 하며 자신만만하게 시작하지만, 막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생각했던 대로 그림이 안나와 난감해하신다. 너무 잘 그리려 하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그릴 수 있는 만큼만 그려도 충분하다.

한 장의 그림과 달리, 책은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의 흐름이 있어 전체적인 톤과 구성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거기에 펼쳐지는 책의 제작 형식까지,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처음 진행해보는 과정에 마감이 빠듯하니 완성하시는 분들을 매주 응원하고 격려하는게 나의 가장 큰 일이다. ㅎㅎ

성인 그림책 수업 원화

수업 속 작은 감동들

작년엔 인상 깊은 작품이 많았다. 무서운 꿈을 꾼 아이를 위해, 꿈속에서 친구를 만나 즐거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만든 어머니(꿈속의 친구가 아빠였다는 것은 안비밀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너를 응원하고 사랑할거라는 딸에게 주는 선물같은 책을 그리신 분도 계시고, 고양이를 키우게 된 이야기를 고양이의 시점에서 풀어 고양이가 관찰하는 가족의 하루 이야기를 그리신 분도 계셨다. 고양이 집사인 나로써도 이야기가 진행되고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기대하며 이번주엔 또 어떻게 그림을 그려오셨을까 설레었는데 너무나 멋지게 완성하셨다.

제작된 책을 받아보시고는 “고양이 봉봉이가 자신의 책인줄 어떻게 알고 이렇게 책에 관심을 보인다”라며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책을 받으시고 뿌듯해하시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욕심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몰입하고 있다는 증거

책을 만드는 과정은 시간과 공정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수강생분들은 그림을 그리며 점점 욕심을 낸다. 나는 그 욕심이 너무 좋다. 단지 마감이 빠듯해 걱정일 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림책 수업이 시작됐고, 첫날 OT가 끝난 뒤 두 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오셨다.
“저… 그림을 못 그리는데, 그래도 할 수 있을까요?”
“그럼요! 그림은 정답이 없어요. 재료도, 방식도 다양합니다. 일단 한 장만, 내 손으로 그려보세요. 그다음은 저와 함께 고민해보면 됩니다.” 웃으며 대답해 드렸다.

다음주 두 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멋진 썸네일을 그려오셨다. 지금은 어느새 7주차. 한 장 한 장 원화가 쌓일수록 그림의 완성도도 올라가고 있다. 욕심도 함께 커진다.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

어느덧 벌써 7주차 수업. 한 주 한 주 쌓여가는 원화들 속에서 그림도 마음도 함께 깊어진다. 한 권의 그림책을 완성해가는 그 시간 속에는, 단순한 그림과 글을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올해는 또 어떤 멋진 책들이 나올까?
그 생각을 하며 수요일 아침,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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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uh profile

디자인, 일러스트, 그림책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강의해왔습니다.
현재는 분당에서 ‘그림산책’이라는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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