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미술, 꼬맹이들과의 수업
일주일에 단 한 번, 한 시간.
이게 내가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 짧은 한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마법 같은 시간인가 보다. 문을 열자마자 “오늘은 뭐 해요?” 하고 물으며 신나게 달려오는 아이들. 수업이 끝나고도 집에 가기 싫어 “조금만 더 할래요!” 하며 귀엽게 앙탈을 부리다가,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찬이는 지난주에 가족행사가 있어서 한 주 결석했다. 두 주 만에 다시 만난 찬이와 수업을 마치고 인사하는데 어머니가 인사와 함께 건네주신 이야기,
“선생님~ 찬이가 어제 누워서 자는데 이러는 거에요. ‘나 내일 정말 행복할거야~’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내일은 산책(미술학원 이름이 그림산책이다)에 가잖아!’ 하더라구요. 한 주 못 와서 손꼽아 기다렸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이 뭉클하게 차올랐다. 그저 ‘미술 선생님’으로 만나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벅차고 감사했다.
아동미술에서 고학년 아이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해서 미술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학년 아이들은 소묘, 수채화, 펜드로잉, 아크릴 같은 테크닉을 알려주는 수업을 진행한다. 평면 위에 입체를 표현하는 방법과 재료를 다루는 기술을 익히며 점점 실력을 쌓아간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그림책을 만드는 그림책 작가반 수업을 한다. 한장짜리 미로를 그려보는 소책자부터 자신이 퀴즈를 한페이지씩 그려서 완성하는 퀴즈북인 아코디언 소책자, 글과 그림을 그려 완성하는 창작 그림책까지.
반면 유아나 저학년 아이들은 아직 손에 힘이 들지 않아 선의 강약 조절도 어렵다. 그래서 소근육 발달을 위한 다양한 재료를 만져보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즐겁게 그리게 하는 것이 내 수업 방식이다.
나는 믿는다.
아동미술,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미술이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고.
그림을 그리고 칭찬받는 기쁨, 무언가를 완성했다는 뿌듯함, 선생님과 함께한 유쾌한 시간들.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그림을 그리는 건 재미있는 일이야’라는 마음, 그걸로 충분하다.
아이들 그림은 아이스러워서 좋다.
조금 비뚤고, 형태가 어설퍼도 괜찮다. “이건 무얼 그린 거야?” 하고 물어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디테일을 설명한다. 저 작은 손으로 그린 선들로 아직 표현이 안되었을뿐, 생각했던 것을 그리고 싶어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관찰력에 놀라고 감탄한다. 그 순간은 정말 놀랍고, 감동적이다.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면 아이들은 스폰지처럼 흡수한다.



미술선생, 하길 잘 했다 🙂
가끔은 아이들이 작은 선물을 안고 온다.
개나리, 새싹, 길에서 주운 동글동글한 돌멩이, 솔방울, 말라버린 낙엽, 손수 만든 슬라임까지. 그 조그만 손에 꼭 쥐어 와서는 “선생님 드릴게요!” 하며 내민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예쁘고 큰지 모른다. 아이들 몰래 혼자 감동받고 미소 짓는 내가, 내가 봐도 영락없는 꼬맹이 팬이다.
그리고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를 보며, ‘어? 키가 훌쩍 컸네?’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이들은 손톱처럼 자란다. 언제 컸는지도 모르게 날마다 날마다 자라고 있다. 꼬맹이들과의 시간은 나에겐 나이테처럼 쌓인다.
나는 바란다.
이 꼬맹이들이 훗날 조금 더 자라, 어릴 적 동네 미술학원에서 이런저런 걸 그렸던 시간이 떠오르며
“그때 선생님이 이런 얘길 해줬어.”
“그때 정말 즐겁게 그림 그렸었지.”
그렇게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즐거웠던 기억이라면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그건 정말, 미술 선생님으로서 최고의 선물이다.
나는 오늘도 미술학원 문을 열고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