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일러스트 마감, 마감, 마감!
올해 1월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작업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간다. 일러스트 마감 중이다.
처음엔 한 달 반이면 마무리될 거라 생각했지만, 콘티가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작업 기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보다 더 긴 것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 자신과 마주한 시간들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업은 철원군청의 ‘문화의 거리’에서 상영될 영상으로, 오래전 철원역의 사진들을 바탕으로 2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내가 그린 일러스트는 영상 제작사에서 움직임을 입혀 완성하는데, 단순한 한 장의 그림이 아닌, 각각의 요소를 세밀하게 나눠 레이어로 작업해야 했다. 인물이 많이 등장하는 장면도 많고, 레이어마다 계층을 나누는 구조도 만만치 않다 보니, 디테일을 맞추는 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작업 초반에는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에서 시작해 포토샵으로 넘겨 마무리하는 방식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아이패드 화면에서 봤을 땐 괜찮았던 색이 포토샵에선 다르게 보이는 바람에, 당황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작업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도구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감각이 생겨났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로크리에이트—각 프로그램의 장점을 조금씩 섞어가며 나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쌓이는 하루, 그려지는 나
내 작업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도구가 바뀐다고 작업이 변하는 건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태도, 그림을 마주하는 시간, 그리고 그것을 통해 나를 이해하게 되는 방식이 변한 것이다.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 왜 그리고 있을까?”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그릴 것인가’보다 ‘왜 그리는가’라는 마음의 질문이다.
‘하루’의 ‘오늘’을 통과하며, 나는 어떤 태도로 작업하고 싶은가, 또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오늘’도 일러스트 마감, ‘내일’도 마감, 마감, 마감!
요즘 들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예전엔 그림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리는 한 장의 그림만이 나의 작업이고, 나의 결과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작년을 지나며 조금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작업은 오로지 그림으로만 남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년의 몇몇 경험을 거치며 ‘오늘’ 하루하루의 흔적들이 모두 작업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생각과 감정, 짧은 문장, 흘러가는 말 한마디, 그리고 우연히 걷게 된 길 위의 풍경들까지—모두가 나의 작업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때론 ‘딴짓’ 같지만 배움과 도전이 되는 일도 결국은 작업의 연장선 일 수 있다. 그 모든 시간이 쌓여 나를 앞으로 이끄는 ‘태도’가 되고, 그것이 결국 작업의 ‘고도’가 될 거라 믿는다.
일단, 오늘의 작업부터 잘 마감하자.
쌓이는 하루가 내일의 나를 앞으로 나가게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