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은 정말 타고나는 걸까?
수업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정말 자주 듣는다.
“선생님, 저는 재능이 없나 봐요.”
가끔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묻는다.
“재능 없는 것 같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그럴 때마다 해주는 말이 있다.
분명히 재능은 있다
유치원 꼬맹이들부터 초등학생, 대학생, 성인분들까지 두루 수업을 해오면서 분명히 느끼는 건 이거다.
재능은 있다. 정말 타고난 이들이 있다. 이건 부정하기 어렵다.
어떤 아이는 내가 큰 부분을 그릴 때와 세밀한 부분을 그릴 때 붓을 잡는 위치와 종이에 닿는 터치까지 그대로 따라 한다.
“붓을 잘 잡네. 어떻게 알았어?” 하고 물으면
“선생님 하는 거 봤어요.”라고 대답한다.
반면 어떤 아이는 기본적인 붓 잡는 위치부터 정말 몇 번이고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뿐이랴, 일러스트과나 웹툰과 수업에서도 ‘이런 것까지 설명해야 하나’ 싶은 당혹스러운 순간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이 감각들을 어떻게 익혔는지, 이 사소한 노하우가 내 것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떠올리게 된다.

‘재능’보다 중요한 것
이제 정말 중요한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재능이 없으면 그림을 못 그리는 걸까.
그럼 빨리 포기하는 게 맞을까.
내 대답은 늘 같다.
“아니요!”
음악이든 운동이든 글쓰기든,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재능이 실력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좋아하는 마음과 꾸준히 하는 힘이라고.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꾸준함을 이기는 건 없는 것 같다고. 그래서 우리는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어렵다며 서로의 게으름을 토로하고 웃는다.


그림은 자세에서 드러난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내 손동작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꼬맹이를 보면 속으로 감탄이 나온다. 눈썰미가 좋다. 허투루 보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뜻이고, 그 마음이 아이를 집중하게 만들고, 그 집중력이 자기 그림에 대한 욕심으로 이어진다.
이런 아이는 대충 그리지 않는다. 선이 삐져나가면 지우고 다시 그리고,
물감이 번지면 “이거 어떻게 고쳐요?” 하고 묻는다.
이렇게 수정에 수정을 한 그림이 멋지게 완성되는 건 당연하다.
꼬맹이든, 대학생이든, 성인이든 이런 태도를 가진 분들을 만날 때면 더 열심히 알려주고 싶어진다.
내가 망치고 실수하며 배운 것들을 하나라도 더 나누고 싶다.

오늘의 그림은
오늘의 내가 그릴 수 있는 만큼
그림의 보완할 부분을 설명하며 리터칭을 해드리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와~ 선생님은 너무 쉽게 되는데 제가 하면 왜 이렇게 안 되나요.
그림은 어려운데, 어려워서 계속 그리고 싶어요. 지금은 못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겠죠?”
웃으며 이 말을 하시는데 이 태도가 너무 좋았다.
같이 웃으며 내가 한 대답.
“아이고, 제 처음 그림 보시면 놀라실걸요. 진짜 엉망이었어요.
제가 지금까지 몇 장을 그렸게요. 이제 한두 장이시잖아요. ㅎㅎㅎㅎ
꾸준히 종이 앞에 앉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엄청 대단하신 거예요.
그러니 다음번엔 뭘 그리실래요? ㅎㅎㅎ”
그림은 수학 문제나 퍼즐 맞추기처럼 명확한 끝이 없다.
어디까지 그려야 완성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께 하는 말,
“그림은 그리는 사람이 ‘여기까지 하겠다’고 붓을 놓는 데 까지가 끝이에요. 다 그린 것 같은데 미완성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처음엔 많이 고쳐보고, 많이 망쳐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한 장을 망쳤다고 ‘아, 나는 재능이 없나 보다’ 하고 탄식하기보다 ‘이렇게 칠하면 번지네’하며 방법 하나를 알게 됐다고 생각하자.
생성형 AI가 몇 초 만에 뚝딱 그림을 만들어내는 시대에, 종이 앞에 앉아 직접 그리겠다고 마음먹는 이 태도는 생각보다 훨씬 귀하다.
재능보다 중요한 건, 계속 그려보겠다는 마음이다.
스케치 한 선, 붓 터치 하나하나에 시간을 들이며 그리는 이 과정에서는,
그 시간을 즐기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재능보다 훨~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