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 vs 동화책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동화책과 그림책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어린이가 보는 책을 통틀어 ‘동화책’이라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둘은 명백하게 구분된다.
한 권의 책에서 글이 내용을 이끌어가면서 그림은 보조적 역할, 즉 삽화로 사용되는 경우에 동화책이라고 한다. 그림책은 그림이 이끌어 가는 책이다. 페이지 안에서의 그림은 상황 또는 사물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 메시지를 담은 사물을 트리밍하거나,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글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전달한다.
독자는 글과 그림을 보며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읽는다. 마치 시의 행과 행 사이를 음미하는 것처럼. 글에 없지만 그림에 있는 것을 찾아내기도 하고, 상징적 이미지로 보여주는 그림들은 글보다 더 많은 것들이 보여지기도 한다. 그림을 통해 감정, 상징, 여운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림책에서 그림은 글의 보조적인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림책, 썸네일이 뭐야?
그렇다. 그림. 그림책에서 ‘그림’만큼 중요한 게 없다. 때론 그림이 전부인 그림책도 있다.
그러나 글이 있든 없든 반드시 그림책을 만들 때 꼭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썸네일 작업이다.
썸네일은 작은 칸에 그림책의 전체 장면을 러프하게 나누어 그려보는 과정으로, 그림책의 흐름과 리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지도와 같다.
그림책에서 책을 펼쳤을 때 양쪽 페이지가 보이는 두 페이지를 한 바닥이라고 한다.
보통 그림책은 펼침면 기준으로 16바닥(=32쪽)이 기본이다. 물론 좀 더 많은 페이지와 적은 페이지의 책들도 있지만, 인쇄를 해서 책을 만드는 제작 시스템상 16바닥이 평균적이다. 그래서 A4 용지에 16개의 작은 네모 칸을 그리고, 접어지는 가운데 중심선을 긋고 양쪽 페이지를 한 바닥으로 한 16개의 작은 네모칸, 썸네일을 만든다.

이 책은 16바닥의 그림을 완성해서 ‘그림산책’에서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전시 되어 있다.
썸네일 작업 : 이야기의 지도를 그리다
시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썸네일을 작업하며 글을 다듬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먼저 글을 쓰고 그 글을 16장면으로 나눈다.
- 글을 장면으로 나누기 : 이야기의 흐름이 어느 지점에서 전개될지, 중요한 장면이 어디인지 판단하여 16장면으로 나눈다.
- 썸네일 : 작은 네모 칸(16칸) 안에 장면마다 구도, 캐릭터 위치, 배경 분위기를 간단히 그린다. 이때 세부 묘사보다는 큰 레이아웃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러프 스케치를 한다. 그림으로 설명이 어려운 경우엔 글씨로 적어도 된다.
썸네일 : 그림책 기획의 꽃
썸네일을 그리고 나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돌아보고 고쳐야 한다.
나는 글을 읽으며 독자가 헷갈리는 부분은 없는지, 썸네일과 글을 읽고 페이지와 페이지를 넘기며 전체 리듬이 어색한 장면, 흐름이 끊기는 부분, 메시지가 약해지는 장면 등이 없는지 점검하고 피드백해 드린다.
또한 썸네일에서 텍스트가 들어갈 자리, 시점 전환, 그림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이나 상징적 이미지 등을 생각해서 어떤 장면을 넣을지, 어떤 장면은 생략해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피드백을 통해 보완해간다.
글과 장면이 균형을 이루어야 그림책으로서의 힘이 생기니까.

그림책, 이제 시작~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썸네일은 단순한 준비 작업이 아니라, 이야기를 설계하는 핵심 단계다. 몇 번의 수정을 거치며 썸네일이 완성되었다면, 이제부터시작이다.
기획의 단계는 끝났고 그림 작업에 들어간다.
아직 썸네일이 완성이 안 되었다면?
나는 수업 때 썸네일이 완성이 안 되었어도 그림책 본 작업을 시작한다. 기간이 정해져 있는 수업에선 썸네일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때론 그림을 그리면서 썸네일을 수정·보완해 나가기도 한다.
그러니, 이제는 그려야 한다~!
어떤 책이 완성될지는 끝까지 해봐야 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