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 2년이 되다
그림산책 미술학원이 2년이 되었다.
처음 미술학원을 열었을 때, 첫 학생 한 명을 위한 수업이 그렇게 떨릴 줄은 몰랐다.
전공생 수업도, 외부 강의도 여러 번 했었지만 ‘학원 수업’은 또 전혀 다른 긴장감이었다.
첫날엔 화장실도 제대로 다녀오지 못할 만큼 어찌나 긴장되던지…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 명으로 늘어날 때마다 커리큘럼을 새로 확인하고, 하루하루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며 꿈속에서도 수업을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지나 어느새 산책에서의 시간이 꽉 찬 2년이 되었다.

쌓여온 시간들 위에 피어난 그림
학원에서는 다양한 재료로 수업을 하지만, 아이들과 성인분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건 바로 이 작업이다.
바로 벽 한켠에 놓여 있는, 추상화 같은 캔버스에 나이프로 물감을 올려보는 것.
사실 이 그림은 아크릴 수업이 끝나고 팔레트에 남은 물감이 굳어버리기 전에 아까워서 캔버스에 조금씩 얹다 보니 만들어진 ‘우연의 작업’이다.
수업 뒷정리를 하며 남은 물감을 나이프로 슥슥 긁어 올리는 나를 보고 아이들과 성인분들은 늘 말한다.
“저도 해보고 싶어요!”
“와, 이거 너무 재밌겠다!”
나에게는 일상의 정리 과정이지만, 이들에게는 마치 화가의 손길을 빌려오는 듯한 짜릿함이 있는가 보다.
그렇게 한 겹, 또 한 겹 쌓인 물감들이 서로 부딪히고, 스며들고, 굳어가며 지금의 그림이 되었다.

2년, 시간을 품은 작품
그리고 2년이 되는 날, 나는 드디어 이 그림에 바니쉬를 발라 마감을 했다.
광택이 올라오자 그동안 겹겹이 쌓였던 색과 시간들이 한꺼번에 살아나는 듯했다.
완성된 그림을 벽에 걸어두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내가 오래 작업해오던 나이테 그림—선 하나하나에 시간을 새기며 그려온 작품—그 맞은편에 이 그림이 함께 걸려 있다.
한쪽에서는 차곡차곡 쌓인 선들이 지난 시간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겹겹의 물감이 2년의 흔적을 반짝이며 품고 있다.
내게 두 그림은 시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록한, 참 귀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빈 캔버스를 하나 준비했다.
이제 다시 쌓아갈 시간이 내 앞에 있다.
이 공간에서 만들어질 앞으로의 시간도,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를—
그리고 나에게도 오래도록 따뜻한 시간이 되기를 조용히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