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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감리를 다녀오다

인쇄감리를 다녀오다

인쇄소에 다녀오는 날

인쇄소에 인쇄감리를 다녀왔다.
메일과 파일로만 오가던 제작소 담당자를 처음으로 직접 만난 날이었다.
책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아, 정말 책이 되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뒤늦게 밀려왔다.

시간 맞춰 도착한 인쇄소에 들어서자,
윙윙거리며 큰 인쇄기가 여기저기서 돌아가는 소리,
철커덩철컥하며 종이가 인쇄기에 한 장씩 찍히는 소리,
재단하려고 쌓아둔 인쇄물들, 잉크 냄새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한두 권 책을 만들어 본 게 아니지만, 막상 인쇄소에 서 있으면 그 ‘알고 있음’이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인쇄감리란 무엇인가

인쇄감리는 말 그대로 인쇄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다.
색이 의도한 대로 나오는지, 글자가 뭉개지지 않는지, 종이와 잉크의 조합이 괜찮은지,
모든 걸 눈으로 보고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다.
파일로 볼 때는 괜찮았던 색이 종이 위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조금의 농도 차이로 책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과정은 늘 긴장되고, 동시에 이상하게 설렌다.

인쇄감리를 다녀오다
인쇄소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책은 단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독하게 많은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 기획
  • 원고 작성
  • 검토
  • 디자인
  • 교정 및 디자인 마감
  • 제작 방식 결정 (종이, 제본 방식, 패키징 등)
  • 인쇄소에 디자인 파일 전달
  • 인쇄본 파일 확인
  • 인쇄교정 및 인쇄감리
  • 제작된 책 납품
  • 배본사 입점 및 판매

이 과정을 한 줄로 적어놓고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각 단계마다 수십 개의 선택과 수정이 붙는다.

종이 80g이냐, 100g이냐의 선택

“본문 종이를 80g으로 할까, 100g으로 할까.”

이 질문 하나로 또 일이 시작된다.
종이의 g 수가 달라지면 책 두께가 달라지고,
책등 두께가 달라지면 표지 디자인을 다시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디자인을 고치고, 또 고치고,
‘이제 됐다’ 싶어서 보낸 파일이 인쇄소에서 찍히고 있으면 100g 종이가 괜찮은지 만져보고 또 만져본다.

그 과정을 지나고 나서야
아, 이건 진짜 물성이 있는 ‘책’이구나 싶어진다.

2026년, 붉은 말의 해

신기하게도 올해는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반갑게 만난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 한 언니는 그 사이 사주 공부를 시작했다며 내 사주를 봐줬는데,
일복을 아주 많이 끼고 태어났다고 했다.

어지간한 일에는 힘든 티를 잘 내지 않는 타입,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물이라고.
그리고 말의 해에는 일이 많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뒤여서일까.
새로 시작한 출판사 일, 디자인 일, 학원과 학교 수업까지
정말로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년의 출간 계획을 펼쳐놓고 선배랑 머리를 감싸 쥐며 말했다.

“너무 빡센데?”
“그래도… 한번 맞춰보자!”

웃으면서 말했지만, 올해는 흰머리가 듬뿍 생길것 같다.ㅎㅎ

책은 정말 많은 사람의 손과 마음을 거쳐 만들어진다.
고민해야 할 것도 많고, 수정은 또 왜 그렇게 많이 하게 되는지…

그런데도 디자인을 하고, 종이를 고르고, 인쇄소를 다녀오면
이 모든 과정이 ‘이상하게도 계속 해 보고 싶어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6년,
붉은 말처럼 나도 숨이 찰 정도로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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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uh profile

디자인, 일러스트, 그림책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강의해왔습니다.
현재는 분당에서 ‘그림산책’이라는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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