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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_작고 단단한 마음

매뉴팩트 커피

애서가의 책장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을 읽고 – 좋아하는 일을 ‘지속한다’는 것

퇴근을 앞두고 핸드폰에 도착한 택배 도착 알림. 시계를 확인하며 조금 서두른 하루였다. 집에 도착하니, 문 앞에 놓인 상자와 그 옆에서 반기는 두 마리 고양이. “책 도착했구나!” 반가운 마음에 상자를 열고 새 책들을 꺼낸다. 어떤 책부터 읽을까 고민하다, 가장 먼저 손이 닿은 책이 바로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이었다.

책을 읽기 전, 뒷표지의 글과 디자인, 날개의 소개글까지 꼼꼼히 읽으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커피 향이 날 것 같은 세피아 톤의 표지 디자인, 저자명이 제목 위에, 시리즈명을 하단에 넣은 독특한 레이아웃이라니. ‘수오서재’라는 출판사의 이름을 한번 더 보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건 책의 배경이 되는 ‘연희동’이었다. 내 유년 시절을 보낸 동네. 초등학교를 오가며 누볐던 골목길, 작은 문방구와 빵집, 가파른 언덕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 연희동에서 매뉴팩트를 시작했다니, 어느새 심리적 친근함이 생긴다.

나는 커피를 꽤 좋아하는데 그래서인가 커피를 업으로 하는 저자가 쓴 책은 이번이 세 번째 책이었다. 용윤선 작가의 『울기 좋은 방』, 『13월에 만나요』가 커핑 수업과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일하는 마음에 관한 글을 말랑말랑하고 달달한 카스테라 빵처럼 읽었었다면, 『매뉴팩트 커피』는 그보다 더 담백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커피 원두 알갱이 같았달까…. 시리즈명이 쪽집개다. ㅎㅎㅎ

커피라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매뉴팩트 커피
라떼 색연필로 그리기
라떼 색연필로 그리기
라떼 색연필로 그리기

그러나 꾸준히 하지 않고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꾸준히 지속하는 힘은 객관적 지표 달성의 필요조건이다.
커피는 할수록 어렵고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숙련의 시간으로 일정 기간을 보내면 숙달이 되고 실력이 생겨야 마땅한데 커피는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커피에 대한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떠올렸다. 나에게 있어 그 문장은 꼭 커피만이 아니라 그림을 포함한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10년 넘게 무엇인가를 계속 해오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전문가라는 증표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글에는 그들의 시간과 고뇌가 짧은 문장 하나에도 응축되어 있다. 손바닥에 자연스레 생긴 굳은살처럼, 그들의 문장에는 오랜 시간 쌓인 삶의 태도가 묻어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이 고백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일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일의 밝은 면뿐 아니라 어두운 면까지 껴안을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에 새삼 공감한다.

책장을 덮고, 나는 매뉴팩트 커피를 검색해본다. 연희동 어딘가에 있을 그곳. 지도에 저장해두고, 근처에 갈 일이 생긴다면 꼭 들어가 커피를 마셔야지.
처음 가보는 카페와 처음 마셔보는 커피가, 왠지 내 취향을 딱 맞춰줄 것 같은 기대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한다’는 것.
그 안에 담긴 무게와 기쁨을, 이 책이 조용히 이야기해주었다.

매뉴팩트 커피 책 사진
매뉴팩트 커피 책 사진

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

김종진
사진 김종필
출판사 수오서재
1판 1쇄 2025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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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uh profile

디자인, 일러스트, 그림책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강의해왔습니다.
현재는 분당에서 ‘그림산책’이라는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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