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에타이 킥복싱으로 단련되는 나의 하루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건 단순히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복싱관 문을 열고 들어선 그날 이후, 나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단련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엔 킥복싱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나 스스로도 자신 없어 한 달만 등록했다. 한 달이 지나고 나서는 3개월. 그리고 6개월. 다시 일 년.
킥복싱을 하겠다고 검색하고 위치가 출퇴근길에 알맞아 등록하고 배운 지 한참 지나서야 킥복싱과 무에타이 킥복싱은 다른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복싱과 킥복싱, 그리고 무에타이 킥복싱
복싱은 주먹으로만 겨루는 스포츠다. 펀치의 타이밍과 스텝, 방어의 리듬으로 승부를 본다. 킥복싱은 여기에 다리의 움직임이 더해진다. 킥과 펀치가 함께 어우러지며, 전신이 고르게 사용된다.
무에타이 킥복싱은 조금 더 전투적이다. 펀치, 킥, 팔꿈치, 무릎, 클린치 – 몸의 모든 부분이 무기가 된다. 
승급심사를 보고 뒷풀이 자리에서 5년차 선배에게 킥복싱과 무에타이 킥복싱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보니, 
“복싱은 화려하죠. 스텝을 계속 하면서 주먹을 쓰구요. 킥복싱은 일본 가라테에서 파생된 것이고 무에타이는 태국에서 유래된 것인데요. 복싱과 킥복싱이 화려하게 왔다갔다 하면서 치고 빠지고를 계속하면서 빵빵빵빵 공격을 한다면, 무에타이 킥복싱은 음… 뭐랄까, 조용히 잡고 죽이는 듯하죠. ㅎㅎㅎㅎㅎㅎ “
AI에게 물어보니 “주먹, 발, 팔꿈치, 무릎, 클린치 등 ‘8개의 무기’를 사용하는 실전형 스포츠. ‘킥복싱’의 모태 중 하나로도 불리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격투 스타일입니다.”라고 한다.
어머, 나 엄청난 걸 배우고 있었어! 새삼 내가 나에게 놀란다.
처음엔 동작 하나하나가 버거웠지만, 점점 균형이 잡히고 타격감이 좋아질수록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매일 수업이 끝나면 관장님의 구호에 맞춰 관장님과 대련한 상대, 수업을 같이 들은 멤버들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감사합니다!”
그 단순한 동작 속에 서로를 향한 존중이 담겨 있다.

같은 이름의 이성을 만나다!
운동을 하던 어느날, 관장님이 나와 대련하고 있는 상대 남자분께 오셔서는 
“어, 그러고보니 두 분 이름이 같으시네요!”
흔하디흔한 이름이라 초등학교 시절부터 같은 이름이 두 명은 있었다. 어느 모임엘 가도 내 이름과 같은 이름의 여자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남자분은 처음이었다. 처음엔 좀 놀라고 그리고 나선 내적친밀감이 생겼다.
가끔 운동을 못간 날이면 “선주 누나, 선주 형이 엄청 찾았어요~”라며 동생들이 말해주곤 한다.
운동하러 가면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짧은 안부가 마음을 덥힌다.
누군가는 내 자세를 살짝 바로잡아주고, 누군가는 미트를 잡아주겠다며 몇 라운드를 같이 뛰어준다.
땀 흘리며 함께 시간을 쌓은 사람들 사이엔 묘한 동지애가 있다. 운동이 힘들어도 이 묘한 동지애 덕분에 운동이 즐겁다.

복싱을 시작한 B와의 운동 수다 😆
B가 복싱을 시작했다며 전화가 왔다. 그 후 우리는 종종 B의 스파링 뒷이야기와 체력운동이나 장비에 관해 통화하곤 했는데, 나와 수다를 떨고 난 뒤엔 스파링을 시키더라며 선주의 저주라고 했다. ㅋㅋㅋ
B와의 수다는 7할이 내 웃음이고 나중에 스파링하자는 농담과 운동하다 다친 이야기로 끝나지만 그래도 좋다. 
B는 참… 상자 같은 사람이다. 새로 알게 되는 B의 모습에 놀라고, 놀림을 받을 때면 ‘나 무에타이 킥복싱하는 여자야~’ 하며 킥을 날릴 수도 없고 참는다고 받아치곤 한다.
“우리는 무릎과 발로 명치를 차는 공격도 있다구요~ 조심하세요!” ㅋㅋㅋ
“체력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얼마 전 관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체력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그 말이 참 기분 좋았다.
처음엔 조금만 해도 숨이 찼는데, 이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꾸준함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무에타이 킥복싱을 통해 얻은 건 단순한 체력 이상의 것이다. 
오늘도 글러브를 끼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오늘도,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보자.’
➜ 4. 나, ‘무에타이 킥복싱’하는 여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