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할 수 있다면, 그냥 시작하기
배우는 것과 여행하는 건 ‘지금’이 아니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허락되는 순간이 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편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시작할 때, 겁없이 시작하곤 한다.
덥썩 굿즈 디자이너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도 하고,
5시간 운전해서 해돋이를 보러 다녀오거나,
석판화와 실크스크린도 배우러 다니고,
글쓰기 워크숍을 신청해 새벽까지 글을 써 보기도 하고,
독서모임에도 가고,
독립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저를 만들기도 했다.
나는 큰 눈 때문에 겁 많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고,
어떤 면에서 꽤 소극적인 성격이기도 해서
이런 나의 모습에 지인들이 종종 놀라곤 한다.
그러곤 신기해한다.
“재밌게 산다~” 또는 “어떻게 그렇게 시작하냐?”
“실행력도 좋아!”라고.
시작할 땐 먼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다.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고,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지금 딱 배우거나 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 그냥 시작한다.
그게 나의 방식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놀랄 만큼 제법 많은 것들을 해내고 있기도 하다.
조용하고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가끔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도 펼쳐지다 보니
내 이야기는 늘 지인들에게 웃음을 주곤 한다. 🙂


시작은 잘하는데… 지속이 어렵더라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그리고 해야만 하는 일들 사이에서
‘해야 하는 일’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이 자꾸만 뒤로 밀려나게 된다.
그림을 그릴 시간이 없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면
그때마다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속상해했다.
나는 시작은 잘하는데,
끝까지 이어가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어느 순간부터는 ‘지속’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능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최근에는 마음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즐겨듣는 라디오의 이현우 DJ가 하는 말을 인용하자면,
“인생은 심리전이라 같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마음가짐이 될 수 있다.”
그러니,
‘허들을 낮추자. 천천히 지속 가능하게.
조금씩 꾸준하고 즐겁게 그리자.’는 다짐이 생겼다.




과정 속의 나를 믿는 연습
책 한 줄도 못 읽는 날에는 투덜거리기도 하고,
그림도 못 그리고 있다며 나를 책망할 때는
예민하고 까칠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완성’보다 ‘과정’에 집중하려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쌓으며.
무언가에 집중해서 작업하는
내 모습이 참 좋다.
그래서 잘 웃고, 타인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다정한 ‘안테암블로*’가 될 수 있다. ^^
이 작업은 주말 오전에,
저 작업은 금요일에,
다른 일들은 평일 저녁에 —
시간을 나눠 정해두고 조금씩 쌓아가기.
물론, 10시간 강의를 마치고 돌아온 날이면
몸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못 하고 잠들어버리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조금씩 쌓고 있다’는 마음으로
중심을 잡아가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되겠지. 🙂
지금, 여기서, 나답게.
조금씩이라도 — 그게 중요하다.
* 안테암블로(Antéambulo): 앞서 걸어가는 사람, 다른 이의 길을 밝히며 함께 걷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