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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백 1년 차, 스파링으로 가는 길_5

스파링으로 가는 길

시작은 ‘손목 통증’이었다

오른쪽 손목은 몇 주 전부터 특정 동작을 취할 때 약하게 찌릿한 통증이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양이들 화장실에서 캐낸 감자와 맛동산(?)을 담은 묵직한 쓰레기봉투를 들 때면
“아, 살짝 욱씬거리네…” 하는 정도.

손을 많이 쓰는 내 직업상의 고질병이라는 손목터널증후군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요즘 체력 훈련이 강해지고 10분 푸샵-버피를 하고 나면, 잽을 날릴 때 손목이 시큰해져 결국 병원에 가야겠구나 싶던 참이었다.

처음엔 멍투성이였던 내 킥

킥복싱 초기에는 샌드백에 킥을 차고 나면 왼쪽은 정강이에, 오른쪽은 발등에 멍이 들었다. 양쪽 멍드는 위치가 달라 물어보니, 킥을 찰 때는 정확히는 발목 안쪽이 샌드백을 감싸듯이 차야 하는 거란다. 무에타이 킥복싱은 태권도의 발차기와 달리 발에 힘을 주며 차는 게 아니고, 몸의 골반이 회전하고 다리는 채찍처럼 따라가 감싸듯이 차는 것이라고 배웠다.

물론 귀로 듣고 머리로 이해했지만, 내 몸이 내 생각대로 따라주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다. 결국 연습만이 나아지는 길. 수업이 끝나고 10분~20분 혼자 샌드백을 상대로 열심히 킥을 차고 나면 나에게 남는 건 다리의 퍼런 멍뿐이었다.

왼쪽은 거리가 가까워서 정강이에, 오른쪽은 거리가 멀어서 발등에 멍이 드니 이것은 거리감의 문제였다.
“거리감은 어떻게 맞춰요?”라고 물으니,
“그건 감각이에요. 사람마다 자기의 거리감이 다르니 많이 차보는 수밖에…”
라고 하신 관장님… (하아…)

스파링으로 가는 길

멍의 자리에 찾아온 성장의 감각

킥복싱을 배운 지 일 년이 넘어가니 이제는 멍이 드는 것도 줄고, 몇 번 중에 한 번은 정확한 위치에 킥을 꽂아 넣을 때도 있었다. 아직도 힘을 완전히 빼거나 채찍처럼 휘감아지는 듯하게 차기는 어렵지만, 스스로 골반이 돌아가서 찼는지, 정확한 타격점을 찼는지, 차고 나서 내 중심이 흔들렸는지를 체크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5급부터 3급까지의 승급 심사는 테크닉 기술을 테스트 받는다. 섀도우 동작, 상대와 미트 잡고 치기, 샌드백 치기, 관장님의 콜에 맞춰 펀치, 킥, 무릎의 공격까지가 3급이다.

2급부터는 스파링이 추가된다. 2급은 ‘뺨 스파링’이라고 상대를 내 팔 안의 사정거리 안에 붙잡아 놓고 가하는 공격과 잡혔을 때 빠져 나오는 기술이라 몸싸움의 체력 소모가 꽤 크다. 2급까지는 어렵지 않게 쭉 승급 심사를 봤는데, 1급은 급이 다르다.

스파링으로 가는 길

1급, 스파링의 문턱에서

1급에는 3분 2라운드 스파링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에서 멈춰야 하나?’ 싶게 스파링에 잔뜩 겁을 먹은 내게 B는 막상 해보면 할 만하다고, 샌드백 백날 연습해봤자 스파링하는 것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해보지 않아 겁을 먹은 것이니 빠른 시일 안에 도전해보라는 말과 함께 헤드기어를 받아왔다.

헤드기어를 받으며 B에게 잔뜩 펌프를 받은 날, 저녁 운동을 가서 마침 얼마 전 대회에 참가해서 스파링을 많이 한 여자 동생이 있길래 첫 스파링 상대를 부탁했다. 관장님께 내가 스파링해도 되겠냐고 물으니, “잘 가르쳐놨으니 잘 하실 거예요.” 하셨다. 😊

정강이 보호대, 스트랩과 글로브, 마우스피스, 헤드기어까지 풀로 장착하고 가드를 올리니 어깨까지 긴장이 올라왔다.
그래도 ‘한 대는 쳐본다’는 생각으로 원투를 뻗으니 ‘오, 그간 연습했던 스킬들을 써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몇 대 맞긴 했지만, 날아오는 킥을 **잡타(킥을 잡는 방어 기술)**로 방어하고 그대로 역습을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라운드 때는 날아오는 킥을 잡았다! 옆에서 우리 둘의 스파링을 보는 사범님도 ‘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우스포인 나를 어려워하는 상대에게 펀치와 킥도 날려봤다.

3라운드의 첫 스파링을 끝내고 상대방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서 헤드기어를 벗는 순간, 이 후련한 느낌!
오~~ 할 만한데!!!

아뿔싸, 복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런데 아뿔싸. 부상은 예상치 못하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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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uh profile

디자인, 일러스트, 그림책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강의해왔습니다.
현재는 분당에서 ‘그림산책’이라는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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