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시대, 다시 묻는 나의 읽기와 쓰기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를 읽고.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나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술 활용서’를 예상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땐 ‘질문을 던지는 책이구나.’싶었다.
책은 총 6장에 걸쳐 인공지능 시대의 리터러시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 인공지능 시대의 성찰에서 시작해
- 인간과 기계의 읽기-쓰기 방식을 비교하고
- 읽기·쓰기의 자리 바꿈을 탐색하며
- 프롬프트의 본질을 다시 묻고
- 기술과 인간의 경계를 살피다가
- 결국 ‘함께 읽고 쓰는 세계’라는 마지막 장으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소음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지 조용히 짚어준다.
리터러시, ‘문해력’보다 훨씬 넓은 세계
한국 사회에서 리터러시는 흔히 ‘문해력(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환원된다. 하지만 저자는 리터러시를 훨씬 넓고 실천적인 개념으로 끌어올린다.
읽기와 쓰기는 단순 텍스트 처리 능력이 아니라 몸을 통과한 삶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세 가지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읽으며 나는 어떻게 리터러시 하고 있나 되돌아본다.
- 기능적 리터러시: 기술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힘
- 비판적 리터러시: 결과물 뒤에 무엇이 있는지 묻는 힘
- 성찰적 리터러시: 기술 너머의 나 자신을 바라보는 힘
“기술은 인간이 만들고, 인간은 기술에 의해 다시 빚어진다.”
인공지능은 우리를 편하게 해 주는 동시에, 우리가 어떤 인간이고 싶은지를 되묻는다.

‘만들기’에 몰두하는 시대에 잃기 쉬운 것들
생성형 인공지능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어느새 ‘빨리 만들고 잘 만드는 법’을 궁금해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 글쓰기는 ‘만드는 일’이 아니라
- 쓰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인공지능이 쓰기를 너무 쉽게 만들어줄수록 우리는 그 ‘되기(becoming)’의 시간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생각이 몸을 지나 마음의 결로 쌓이는 경험이다.

인간은 WORLD에서 WORD를 꺼내는 존재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은 인상을 준 부분은 이 문장이었다.
“인공지능은 텍스트에서 텍스트를 낳고
인간은 세계(world)에서 언어(word)를 끌어온다.”
인공지능은 언어의 패턴을 계산해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인간의 언어는 삶의 온도, 시간의 무늬, 마음의 흔들림을 지나 비로소 말이 된다.
비언어적인 경험을 언어로 생성하는 과정은 내가 되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프롬프트 리터러시’
좋은 프롬프트를 만드는 능력은 기술적 재주가 아니라 내가 살아오며 쌓아온 이해, 감각, 안목이 모여 완성된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정교해져도 아웃풋의 최종 판단은 결국 나의 몫이다. 결과물을 읽고, 수정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은 결국 나의 경험과 세계관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프롬프트는 끝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글쓰기가 쉬워지는 시대에 읽고 쓰는 일이 더 중요해질거라고. 나는 이 말에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중요한 능력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오히려 더 소중해지는 능력을 말한다.
깊은 관찰에서 나오는 질문 : 좋은 프롬프트는 결국 “좋은 질문”에서 시작되는데, 좋은 질문은 느리게 읽고 꾸준히 관찰하는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
성찰 – 소통 – 연대 :
- 나를 들여다보는 성찰
- 타인을 이해하는 소통
-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세계로 이어지는 연대
읽기와 쓰기가 이 세 가지를 잇는 다리에 가깝다는 말이 마치 오래된 진리처럼 고요하게 다가왔다.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삶에서도 멀어지지 않기 위하여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거대언어모델(LLM)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7단계로 설명하는 부분을 읽고 나니 프롬프트 생성물을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언어의 결과물은 인간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그 작동 원리는 완전히 다른)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줬다.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나는 이 기술과 함께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읽고 쓰며 살아가고 싶은가? 하는 질문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인공지능에 압도당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읽기 쓰기로 나아가기란, 저자의 글을 옮기자면 인공지능에 대한 지혜로운 ‘받아들이지 않음(받지 않음)’을 통해, 틈을 만들고 사이에 거하며 고요 속으로 침잠하는 기예를 익힐 때, 우리는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어 더 작은 나로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 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 지금 준비해야 할 문해력의 미래
지은이 김성우
펴낸곳 유유
초판 1쇄 2024년 8월 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