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름방학동안 진행된 8주간의 프로젝트 수업이 전시와 발표로 마무리되는 날입니다.
학교에서 일년에 한번 진행하던 큰 행사가 올해부터는 방학마다 프로젝트 수업을하고 발표와 전시로 발표하는, 방학인데 방학이 없는 슬기로운(ㅠㅠ) 학교생활이 되었답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병행하던 긴 프로젝트가 오늘로써 드디어 끝나네요.
제가 맡은 일러스트과 학생들은 이번 여름 방학 심화 프로젝트로 출판 일러스트에 관한 인디자인 수업을 했습니다. 아, 1학년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캐릭터 디자인 수업을 진행했네요. 학기중에도 4과목 이상 수업을 진행하지만, 이번 프로젝트 수업은 꽤나 힘들었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3종류의 책 작업을 마쳤거든요.
첫 번째 책은 아코디언북. 병풍처럼 펼쳐지고 접히는 제본 방식으로 일러스트를 넣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인디자인에서 첫 작업물을 뽑는 수업을 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작업하는 시간과 수고로움에 비해 결과물이 매우 흡족스러운 가성비 최고의 작업이죠. ^^
두 번째 책은 중철 제본 소책자. 중철 제본이라는 것은 책 접히는 가운데 부분이 철(호치케스라고 생각하면 ‘아~ 그런 책’하고 아실테죠.)로 되어있는 책입니다. 이는 여러 페이지를 작업해야 하기에 책이라는 꼴의 형태를 이해하고 인디자인의 기능적인 부분을 활용해서 데이타화 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한 소책자입니다. 작업은 잡지 스타일로 인터뷰 형식과 글 그림을 기획해서 디자인한 책이에요. 인터뷰 질문은 학교생활이나 작업에 관한 고민과 함께 자신의 일러스트를 넣어서 디자인하기에 인쇄해서 제본된 소책자를 두 손에 받으면 과제물을 제출했을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든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프린트를 잘 안하는 세대의 아이들은 모니터나 폰에서 확인하는 이미지가 아닌 물질로서의 책을 받으면 그게 또 무척 감동적이라고 하더라구요. 마감을 지켜 책을 만들었다고하는 뿌듯함과 함께 조금 더 수정할 껄 하는 아쉬움이 발견됩니다. 그래서 다음 작업에서 더 디테일하게 작업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되지요. 이 과정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합니다. 그걸 알기에 때로는 아쉬워도 학생들 작업 그대로 1차 마감을 해요. 마감을 지켜내는 것 또한 습관이고 훈련이거든요.
세 번째 책은 무선 제본의 도록. 이 책은 학과 전체의 작업물이 들어간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제가 무척 바빴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정리하고 달력을 보니, 오늘이 벌써 수요일. 시간이 훌쩍 흘러 벌써 다음주가 2학기 개강입니다.
오늘로써 여름방학 특강 수업은 끝. 하나의 큰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는 안도감을 느낄새도 없이 내일부턴 2학기 준비로 다시 정신없을 예정입니다.
개강 첫 주의 OT를 시작으로 두어번 눈을 깜빡이면 기말고사가 될 테죠. 시간이 눈을 감고 뜨는 눈꺼풀의 속도보다도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다시 시작’이라고 달력에 적어 놓습니다.
시작이라는 단어는 제게 두근거림과 동의어에요. 잘 하고 싶고, 기대하게 되고,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알 수 없는 그 불확실성에 걱정보다 설렘이 있는.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일의 반복이더라도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이번에는’하는 생각에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눈이 커지고 입꼬리가 올라가요. 달리기 라인 앞에 서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풀며 운동화 끈을 묶는 그런 마음 상태. 어쩐지 잘 달려질 것 같은 두근거리는 마음. 이런 마음이 작은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면 수도꼭지 터진것처럼 주저앉아 엉엉 울기도 잘 울지만, 좀 느리고 자주 넘어지고 많이 울면 어때요.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하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