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의해서 sosuh | 6월 8, 2026 | 조용한 하루
안 슬픈데요 “안 슬픈데요.” 순간 턱 하고 말문이 막혔다. 얼마 전 아이들과 생존수영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대답이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학원 근처 초등학교에서는 2학년부터 생존수영 수업을 한다고 했다. 운동으로서의 수영이 아니라 물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아이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냥 수영하면 되는데 왜 이런 걸 배워야 해요?” “선생님이 무서워서 장난도 못 쳐요. 너무 싫어요.”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너희가 생존수영을...
에 의해서 sosuh | 5월 31, 2026 | 미술선생의 책상, 조용한 하루
하나의 일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문 하나가 열리는 것 같다. 문을 열고 두 발을 들이면 전에는 몰랐던 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달의 뒷면처럼 늘 거기에 있었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세계. 미술 학원을 운영하며 새로 알게 된, 달의 뒷면 같은 세계가 있다. 원장이 되고 나서 알게 된 것들 먼저는 일 년에 두 번(5월과 12월), 원장 교육연수가 있다는 것. 이런 일은 공지를 받았을 때 바로 해치워야 한다. 미뤄두면 다른 일정들 사이에 묻혀 깜빡하기 쉽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에 의해서 sosuh | 5월 19, 2026 | 조용한 하루
파스칼 메르시어, 『언어의 무게』 하나의 문장을 만나기 위해 한 권의 책이 내게 닿을 때가 있다.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가 내게는 그러했다. 63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었지만, 어느 한 페이지의 문장 앞에서 나는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삶이 등 뒤에서 진행된 것 같아서 이 책은 의사의 오진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가, 그것이 오류였음을 알게 되면서 삶의 대전환을 맞이하는 번역가 레이랜드의 이야기다. 평생 타인의 글을 옮기던 그가 뜻밖에 출판사를 운영하게 되고, 마침내...
에 의해서 sosuh | 5월 9, 2026 | 조용한 하루
나는 둘째다.위로 세 살 터울 오빠가 있고, 아래로 세 살 터울 여동생이 있는 1남 2녀 중 샌드위치 장녀. 사회생활을 하며 둘째라고 밝히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아, 역시. 둘째들이 자립심이 강하더라고요. 중간에 치여 자라 그런가.” 둘째들은 정말 다 그럴까? 모두가 비슷한 성향을 보이게 되는 걸까. 어린 시절 오빠와 다투면 엄마는 “네가 동생이니까 참아야지”라며 오빠 편을 들었고, 동생과 싸우면 이번에도 “언니인 네가 참아야지, 동생은 너보다 어리잖니”라며 동생 편을...
에 의해서 sosuh | 4월 27, 2026 | 미술선생의 책상
올해의 봄 벌써 4월도 끝을 향해 간다.시간은 늘 빠르다고 느끼지만, 요즘은 유난히 더 그렇다. 이번 학기에는 일러스트와 디자인 수업이 늘었다. 생성형 AI가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원이 많아 분반까지 했으니, 한 과목을 두 반이나 따로 수업한다. 디자인과 수업은 ‘책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수업’을 요청받아 진행하고 있다.편집 디자인 툴인 인디자인을 다뤄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