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슬픈데요” (달의 뒷면_2)

“안 슬픈데요” (달의 뒷면_2)

안 슬픈데요 “안 슬픈데요.” 순간 턱 하고 말문이 막혔다. 얼마 전 아이들과 생존수영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대답이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학원 근처 초등학교에서는 2학년부터 생존수영 수업을 한다고 했다. 운동으로서의 수영이 아니라 물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아이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냥 수영하면 되는데 왜 이런 걸 배워야 해요?” “선생님이 무서워서 장난도 못 쳐요. 너무 싫어요.”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너희가 생존수영을...
달의 뒷면_1

달의 뒷면_1

하나의 일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문 하나가 열리는 것 같다. 문을 열고 두 발을 들이면 전에는 몰랐던 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달의 뒷면처럼 늘 거기에 있었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세계. 미술 학원을 운영하며 새로 알게 된, 달의 뒷면 같은 세계가 있다. 원장이 되고 나서 알게 된 것들 먼저는 일 년에 두 번(5월과 12월), 원장 교육연수가 있다는 것. 이런 일은 공지를 받았을 때 바로 해치워야 한다. 미뤄두면 다른 일정들 사이에 묻혀 깜빡하기 쉽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파스칼 메르시어, 『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언어의 무게』

파스칼 메르시어, 『언어의 무게』 하나의 문장을 만나기 위해 한 권의 책이 내게 닿을 때가 있다.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가 내게는 그러했다. 63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었지만, 어느 한 페이지의 문장 앞에서 나는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삶이 등 뒤에서 진행된 것 같아서 이 책은 의사의 오진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가, 그것이 오류였음을 알게 되면서 삶의 대전환을 맞이하는 번역가 레이랜드의 이야기다. 평생 타인의 글을 옮기던 그가 뜻밖에 출판사를 운영하게 되고, 마침내...
나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인가 보다

나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인가 보다

나는 둘째다.위로 세 살 터울 오빠가 있고, 아래로 세 살 터울 여동생이 있는 1남 2녀 중 샌드위치 장녀. 사회생활을 하며 둘째라고 밝히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아, 역시. 둘째들이 자립심이 강하더라고요. 중간에 치여 자라 그런가.” 둘째들은 정말 다 그럴까? 모두가 비슷한 성향을 보이게 되는 걸까. 어린 시절 오빠와 다투면 엄마는 “네가 동생이니까 참아야지”라며 오빠 편을 들었고, 동생과 싸우면 이번에도 “언니인 네가 참아야지, 동생은 너보다 어리잖니”라며 동생 편을...
봄, 벚꽃, 수업 말고~

봄, 벚꽃, 수업 말고~

올해의 봄 벌써 4월도 끝을 향해 간다.시간은 늘 빠르다고 느끼지만, 요즘은 유난히 더 그렇다. 이번 학기에는 일러스트와 디자인 수업이 늘었다. 생성형 AI가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는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원이 많아 분반까지 했으니, 한 과목을 두 반이나 따로 수업한다. 디자인과 수업은 ‘책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수업’을 요청받아 진행하고 있다.편집 디자인 툴인 인디자인을 다뤄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직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