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위에 연필로 그린 소서작가의 연필화 작업들

오늘은 제가 사용하는 연필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어렸을때 가장 쉽게 손에 들고 선을 긋는 낙서로 시작해서 학창시절 내내 글씨를 썼던 연필이 그림을 그리는 저의 주재료가 될 줄은 1도 몰랐습니다. ㅎㅎㅎ


제가 처음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을 시작했던건 컴퓨터 작업이었습니다. 포토샵에서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렸답니다. 좋죠. 수정도 편하고 쉽고. ^^
그런데 어느 순간 손으로 그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더듬더듬 끊어지고 부실거리는 나약한 선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펜이며 잉크며 아크릴과 유화, 오일바까지 오만가지 재료들을 다 만져봤는데 그만 사랑에 빠지듯 풍덩 한없이 깊은 연필의 마력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캬아~ 이 다양한 회색 농도의 폭넓고 깊은 맛이란… 미묘한 톤들을 내 손으로 그려내며 집중하게되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고 멋져요!
지금도 타블렛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가장 좋아하는 재료를 고르라고 한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연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자, 연필은 크게 H와 B로 나눕니다. 흐리고 진하다로 구분한다고 생각하지 쉽지만 연필심의 단단함으로 구분하는거에요.
H는 Hard의 약자로 심이 단단하죠. 연필심인 흑연의 주성분 비율에 따라서 9H부터 8H, 7H…2H, H까지 있어요. 연필을 만드는 회사마다 조금씩 달라서 9H까지 안만드는 회사도 있습니다.
숫자가 클수록 단단해서 매우 뻑뻑하고 개인적인 표현이지만 날카로운 느낌이 나요. 단단하니 잘 써질거라 생각하시면 안돼요. ㅎㅎㅎㅎ
9H를 처음 쓰시면 이게 뭐냐고 선이 안보인다고 할 정도로 선이 얇고 흐리답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흐리고 뻑뻑해요. 숫자가 작아질 수록 부드러워져서 쓰기 편해지죠. H의 연필은 날카롭고 정교한 느낌이 들어서 세밀한 작업에 쓰기 좋아요. 높은 숫자의 H연필은 그릴때 농도차이가 별로 안나는 것 같지만 완성해 놓으면 정말 미묘하고 디테일한 차이를 만들어 내요. 🙂

이와반대로 B는 숫자가 커질수록 흑심이 무르고 부드러워요. B는 Black의 약자인데 말그대로 진하기죠. B또한 9B부터 B까지 있어요. 숫자가 클수록 진하답니다. 보통 미술용 연필로 4B를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합니다. 진하기나 단단함이 두루 사용하기 좋거든요. 필기용으로는 H나 2B정도를 많이 사용하구요.

H와 B의 중간이 HB. 전문가용 셋트를 사면 F라고 쓰여있는 연필도 있답니다. F는 FIRM의 약자로 견고함, 단단하다는 뜻으로 H와 B의 중간인 HB와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9H부터 9B까지 이 모든 연필은 어떤 종이위에 혹은 어떤 재료나 미디엄 위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연필의 농도가 달라지기도 해요.
연필화를 그리려면 이 모든 연필을 전부 다 구입해서 써야하냐구요? 아닙니다. B중에 가장 무난한 2B, 4B 정도 H도 몇 자루만 있어도 괜찮아요. ^^


저도 연필화 작업할때 저만의 종이와 미디엄을 바르고 쓰기 때문에 모든 연필을 다 골고루 쓰기보다는 제가 많이 쓰고 좋아하는 호수가 따로 있답니다.
무엇보다도 연필로 그려낼때의 그 사각거리는 소리가 너무 좋아요. 연필로 이런 농밀함을 표현하는 제 그림들도 구경해보세요~
어때요, 연필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나요?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