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야, 왜 갑자기 반항이니
가끔 뽀루지가 날 때는 있었어도 학창시절 내내 여드름도 없던 피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불그스름해진 뺨에 오돌토돌하게 올라왔다.
햇빛 알러지와는 다른 증상이라 피부과를 찾았더니, 의사쌤의 말씀은 간단했다.
“4주 동안 약 드시고요. 얼굴에 열 오르는 건 다 금지입니다.”
사우나 금지, 술 금지, 햇볕 아래 걷기 금지, 땀나는 운동 금지…
(네? 운동까지요?😱)
운동 금지라니, 킥복싱은 어쩌고?
“네? 운동까지요?”
얼마 전 시작한 킥복싱이 재미있어지던 참이었는데, 일주일에 고작 서너 번 가는 운동마저 하지 말라니.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얘기해주는 주의 사항들이 한귀로 들어왔다 한 귀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오랜만의 재회, 그리고 폭소
병원을 나와 터덜터덜 걷는데 B에게서 연락이 왔다. 밥이나 차 한잔 하자고. 같이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그만두고서 2년 반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미술학원 원장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B와 건강해보인다고 잘 지내나 보다고 어제 만난 사람처럼 수다가 즐겁다. 미술학원을 시작한 이야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요즘 시작한 운동 이야기도 꺼냈다.
거리감 느껴지게 무슨 운동을 하냐고 물으시길래, 킥복싱을 시작했다했더니,
“킥복싱이라고~? 뜨개질이나 십자수한다고 하면 끄덕 거려질 사람이, 킥복싱이라고~? 으하하하하하-“
놀라는 건지 놀리는 건지, B는 폭소를 터트렸다.
주먹을 쥐는 기술이 있다니!
“처음에 펀치하고나서 손가락 여기가 아픈거에요~” 하며 주먹을 쥐며 약지와 새끼 손가락의 튀어나오는 곳을 보여줬다.
“그랬더니 관장님이 주먹쥐는 것부터 알려주시는 거 있죠.
엄지가 이렇게 되게 쥐는거래요. 어디서도 이제껏 이런것을 알려준 사람이 없었어요. 이렇게 뭔가 하나씩 배우는게 재미있어요. ㅎㅎㅎ”
쥐먹을 쥘때 엄지가 검지손가락을 미는게 아니고 엄지가 기역 모양으로 검지와 중지를 받치면서 주먹을 쥐어야 한다는 걸 오십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처음 배웠다. 이렇게 하면 주먹의 손등뼈가 일자가 된다. 펀치는 검지와 중지의 손등뼈로 쳐야 한다는 것.
날마다 그날의 새로운 기술을 배운다. 펀치며 킥이며 무릎기술이나 팔꿉 공격 무엇하나 쉽지 않지만 배운다는게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흠뻑 땀을 흘리고서 씻고 나오는 개운함이란!
얼굴에 열꽃이 피어 피부과에 갔더니 운동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심 작은 고민을 얘길하니
“땀구멍이 열려서 그런걸꺼요. 운동이랑 담쌓고 살던 사람이 이런 격한 운동을 하니 몸도 놀랐을거요. 계속 해보쇼. ㅋㅋ”
계속 해보라며 웃으신다.
놀림 반, 응원 반
그 뒤로 B는 종종 전화를 걸어 “오늘도 킥복싱했소~?” 묻는다. 뜨개질이나 할 것 같은 사람이 그런 과격한 운동을 하냐며 놀리는 것 반, 살빠져서 좋아보인다며 열심히 하라는 인사 반이다.😆
B에게 스트레스도 풀리고 재미있다며 체험이라도 한번 해보시라고 넌스레를 떤다. 무엇보다 운동하고 힘들어서 밤에 숙면한다고.
그래, 열꽃 따위는 견뎌내고 말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