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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편안함의 습격

『편안함의 습격』을 읽고

읽다가 육성으로 웃음이 빵 터졌다!
아니, 마이클 씨, 오지의 북극 순록 사냥 원정기를 이렇게 풀어내기 있습니까?!!
나는 이 위트가 너무 맘에 들어 새벽 내내 책을 붙잡고 읽었다.

위트뿐만이 아니다. 이 책을 끝까지 붙들고 읽게 만든 것은 내 무의식 속 ‘편안함’이라는 이름의 감각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뒤통수를 한 대씩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안함의 습격

편안함이 만든 둔감함에서 깨어나는 법

우리는 편안함을 좋아한다. 따뜻한 방, 익숙한 루틴, 손쉽게 해결되는 일들.
하지만 『편안함의 습격』은 묻는다. 그 편안함이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혹은 조금씩 우리를 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류는 태생적으로 게으름을 추구하는 존재라, 어떻게든 더 편안해지는 방법을 찾아왔다.
우리는 편안해지는 것이 인류의 발전이라 믿었지만, 저자는 지나친 편안함이 몸과 마음을 어떻게 퇴화시키는지 파헤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순록 사냥 원정기를 통해 흥미롭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많은 글 중에서도 유독 머리를 ‘띵~’하게 만든 부분은 우리의 뇌가 자동조종, 즉 ‘몽유병 모드’를 작동시킨다는 대목이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멍한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이 페이지에서 눈이 커졌다.
우리의 일상이 너무 익숙해져 자동조종 모드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일상이 익숙해지면 시간을 ‘빨리감기’처럼 느끼는 몽유병 상태에 들어간다고 한다.(106p)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새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만간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워본다. ㅎㅎㅎ

도전을 통해 다시 살아 있는 존재가 되는 일

저자는 이러한 “불편함으로의 이동”을 통과의례에 비유한다.(81p)
통과의례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1. 분리 –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는 것
  2. 전이 –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싸우는 기로
  3. 통합 –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한 뒤 정상 세계로 돌아오는 것

이 과정은 단순히 몸의 도전이 아니라 정서적·영적·정신적 도전이라고 말한다.
결국 인간은 ‘컴포트존 너머의 세계’를 경험하며 스스로 확장되는 존재라는 것이다.

편안함의 습격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느끼며, 편안함을 밀어내기

“여기,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당신은 무엇을 이용하겠는가?
실험 결과 단 2퍼센트의 사람만이 계단을 오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저 문장이 생각나 잠시 고민하다 계단으로 올라간다.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움직이기.
조금 더 불편함을 선택해 보기로 한다.

어느 순간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고 나는 또 게으른 인류가 그래왔던 것처럼 편안함과 안락함을 찾으며 ‘컴포트 존’에서 행복하다 소리 지르며 아마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다닐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마음을 상기할 때 열심히 움직이려 노력해보기로 한다.

편안함의 습격

사실 알고 있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움직여야 건강에 좋다는 것을. 이 책은 그것을 다시 한번 쉽고, 유쾌하게 그러나 깊게 상기시켜줬다.
책을 덮으며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어려운 것을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유쾌하게”
모든 작가들이 고민한다는 그 어려운 걸 이 저자는 해냈구나 싶었다.

젠장, 부러운 사람이 또 한명 늘어났네.
부러운 사람 이름에 저널리스트이자 탐험가인 마이클 이스터 씨를 추가했다.
올 해 읽은 책 중 가장 유쾌하면서도 나에게 영향력 있는 책으로 엄지 척!


편안함의 습격

지은이 마이클 이스터
옮긴이 김원진
펴낸곳 수오서재
초판 1쇄 2025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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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uh profile

디자인, 일러스트, 그림책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강의해왔습니다.
현재는 분당에서 ‘그림산책’이라는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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