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늦봄에는 꽤나 앓았습니다. 이어지는 급체와 위경련으로 그 좋아하던 커피를 줄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잘 지내고 있냐 물으시면, 그럼요~ 저는 매우 잘 지내고 있다고 답할 수 있는 건강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간을 내 보고픈 이들의 소식을 듣고요, 여전히 이런저런 일들을 분주하게 해내며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갑니다.

비가 많이 내리던 밤들에는 창가의 해먹에 누워 먹먹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일들과 해야겠다고 다짐한 일들에 관해 떠올리곤 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침 라디오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 OST가 나옵니다.
오늘 아침에도 느닺없이 큰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여름내 여러 강의와 고등학교 특강을 다녔다고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안부글을 올리려 노트북을 켰는데,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와 흘러나오는 노래에 얼마전 다녀온 까페 생각이 나지 뭡니까. 여전히 사진은 잘 못 찍습니다. 여전히 꽃보다 나무가 좋고요. 여전히 비오고 흐린 날을 좋아합니다.
운무를 바라보며 짧은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도 여전합니다. 달라진 것도 참 많은데, 4월 라일락 꽃다발을 안고 환하게 웃으며 제게 온 다정하고 따뜻한 시간을 지나면서 한번도 경험해 본적 없었던 일들- 예를들면, 다슬기를 잡아와서 다슬기국을 끓여 먹고 고추와 방울 토마토와 옥수수를 심고 자라는 것을 보고 자연에 감탄하며 직접 딴 옥수수를 삶아 먹는, 온통 처음 해보는 낯선 시간들 속에서 환하고 밝게 웃고 건강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삶은 온통 예측할 수 없는 것들 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