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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나를 분석해 달라고 했더니 생긴 일

B와의 대화는 여러 방면으로 나를 놀라게 하거나 웃게 만든다. 얼마 전 B는 내게 노트북LM(NotebookLM) 사용법을 알려주며 “한번 해보면 진짜~ 깜짝 놀랄 거요”라며 장담했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소서닷컴에 포스팅했던 글들을 모조리 입력하고 AI에게 물었다.

“AI야, 소서 작가의 글을 분석해서 정리해 줘.”

잠시 후, AI가 내놓은 대답을 읽고 나는 정말 화들짝 놀랐다. 글뿐만 아니라, 클릭 몇 번으로 내 그림들과 글을 통합적으로 정리해 슬라이더로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AI에게 나를 분석해 달라고 했더니 생긴 일

그림 그리는 킥복서??

일단 터져 나오는 웃음에 한참을 시원하게 웃었다. (‘다마네기 상’이라니!!! ㅋㅋㅋ 별명에 대해 쓴 글에서 가져온 내 별명을 작성자 이름으로 넣은 걸 보고 빵 터졌다.) AI가 뚝딱 이미지와 글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놀라웠다. 하지만 읽다보니 이 웃음이 당황스러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림 그리는 킥복서가 발견한, 삶의 밀도를 높이는 다섯 가지 의외의 시선.”

아니, 내가 ‘킥복싱을 배우는 미술선생’이 아니라, ‘그림 그리는 킥복서’로 읽힌단 말인가? 웃음이 나오면서도 당혹스러웠다. AI는 나를 격렬한 킥복싱과 정적인 그림을 그리는 상반된 사람이라며, 읽고 쓰고 그리는 내 삶을 ‘진흙탕 속에서 퍼즐을 맞추는 일’이라 비유했다. 그러고 나자 내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궁금증이 생겨 AI에게 다시 물었다.

“AI야, 소서 작가는 어떤 사람 같은지 말해줘.”

  1.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능숙합니다.
  2.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을 깊이 있게 관찰하는 편입니다.
  3. 예술과 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으며 이를 삶의 여러 영역과 연결 짓습니다.
  4. 대상을 짐작으로 넘겨짚지 않고 세밀하게 관찰하여 본질을 꿰뚫어 보며, 이를 글과 그림으로 깊이 있게 표현해내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5. 킥복싱으로 기른 체력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꾸준히 자신만의 밀도를 쌓아가는 강인한 끈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요청하긴 했지만, 망설임 없이 쏟아지는 긍정적인 문장들을 보자 마음이 간지러웠다. 이내 장난기가 발동했고, 나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AI에게 나를 분석해 달라고 했더니 생긴 일

“방금 한 말들을 장점이 아니라 단점의 시선으로 바꿔서 말해줘.”

AI는 이번에도 거침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1.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너무 깊이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 있습니다.
  2. 지나치게 높은 기준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소모적인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작업물의 사소한 부정확성조차 견디지 못하고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4. 현실적인 감각보다는 관념적인 것에 매몰되어 현실 감각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5. 끊임없는 사색으로 인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해질 수 있습니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인간의 성향은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뒤집힌 문장을 읽으니 마음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생각이 많아졌고, 정확히는 조바심이 났다.

‘아… 이 공간에서 나는 대체 어떻게 보여지는 거지?’

AI에게 나를 분석해 달라고 했더니 생긴 일
AI에게 나를 분석해 달라고 했더니 생긴 일

B의 조언, ‘어쩌라고 정신’

내가 운동하는 글을 너무 많이 썼나?
요즘 그림보단 글을 더 많이 쓰긴 하지.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는 공간인데, 작업 이야기가 너무 적은 걸까?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기 시작하니 글이 안 써지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를 B에게 털어놓았더니, 그는 큭큭거리며 웃고는 말했다.

“다른 사람 신경 쓰기 시작하면 글 못 써요. 그럴 땐 ‘어쩌라고 정신’이 있어야죠.”

글이 안 써져서 어쩌나 하던 참에, 딱 맞는 타이밍에 건네받은 명쾌한 조언이었다. 마음에 쏙 든다. ‘어쩌라고 정신’. 애초에 이 공간은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니까.

어떤 이에게 나는 ‘그림 그리는 킥복서’로 읽힐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미술 선생님’으로, 혹은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 읽힐 것이다. 그 모두가 다마네기 상의 여러 모습 중 하나일 테니까.

그러니 그냥 편하게 쓰련다. 이 조용한 아카이브에 차곡차곡 나를 기록하며. ‘어쩌라고’ 정신을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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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uh profile

디자인, 일러스트, 그림책 등 다양한 미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강의해왔습니다.
현재는 분당에서 ‘그림산책’이라는 미술 교습소를 운영하며,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읽고, 쓰고, 그리는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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