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의해서 sosuh | 5월 17, 2025 | 조용한 하루
제작년,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1층에 꽃집을 오픈했다며 꽃집 사장님이 인사와 함께 떡을 건네 주시며 벽에 붙어있는 그림들을 구경하셨다. 붙어있는 꽃그림을 보시며 “와~ 이런 꽃 그림 그려보고 싶어요. 보태니컬이라고 하는거죠? 나중에 배우러 와야겠어요.” 하신다. 인사드리며 “언제든 환영이에요.” 라는 말을 전했는데, 그 약속을 기억하셨는지 몇 달 후 정말로 문을 열고 수업 신청을 하러 오셨다. 성인취미 수업은 목요일 오전과 월요일 저녁에 진행되는데 아이패드 수업에서...
에 의해서 sosuh | 7월 11, 2025 | 조용한 하루
춘천, J를 만나고 돌아오다 춘천에서 돌아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J의 말들이 오래도록 가슴에 맴돌았다. “나는 실패했어.””지금의 나는 마치 식물인간 같아.” 그 말은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이 더 깊이 박혔다.나는 왜 갑자기 J에게 연락을 했던 걸까.며칠 전, 읽고 있던 산문집이 떠올랐다.요즘 천천히 읽고 있는 작가의 책. 문득 기억났다. 몇 해 전, 이 작가의 전작을 선물해준 사람이 바로 J였다는 걸.책을 읽으며 무의식중에 J가...
에 의해서 sosuh | 7월 5, 2025 | 조용한 하루
춘천, J를 다시 만나다 J가 보내준 주소를 찍고 도착한 곳은, 호반의 도시답게 강 바로 앞에 놓인 아파트 단지였다.춘천이 고향이라며 명절때 춘천가는기차를 타는 J를 부러워했던 기억이 났다. “주차했어”톡을 보내니 잠시 후, J가 내려왔다. 덥수룩한 헤어스타일, 마른 체형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휑하게 줄어든 머리숱과 늘어난 흰머리가 세월을 말하고 있었다. 로컬 맛집이라며 데려간 닭갈비 집에서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우린 한두 계절에 한 번쯤 만나밥을 먹고,...
에 의해서 sosuh | 6월 9, 2025 | 조용한 하루
시트콤 같은 인연, 춘천 가는 길 춘천.4년 만에 통화한 J는 춘천으로 내려갔다며 내가 인삿말로 던진 “한번 갈게요”란 말에 “언제 올래요?”로 받아쳐 약속을 잡았다.운전대를 잡고 내비게이션을 찍은 뒤 시동을 건다. 춘천이라니. 슬며시 웃음이 났다.‘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아니, 가만… 왜 갑자기 J가 떠올라서 연락을 했던 거지?’엑셀을 밟으며 생각에 잠긴다. J는 내게 ‘시트콤 인연’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벗이다. J를 떠올리면 여지없이 완성되는...
에 의해서 sosuh | 5월 7, 2025 | 미술선생의 책상
미술선생 되다 알람없이 눈을 떠 커피를 내려 마시고, 라디오를 켜 음악을 들으며 아침을 챙겨 먹는다. 미술선생 의 평범한 하루가 시작이다. ‘띡띡띡띠~’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연다. 컴컴한 공간에서 익숙하게 스위치의 위치를 찾아 불을 켠다. 파티션 뒤 재료가 쌓여 있는 박스 위에 가방을 내려놓고서 운동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슬렁슬렁 걸어와 어제 의자에 걸쳐 두고 간 앞치마를 들어 목을 넣어 끈을 묶는다. 노트북을 켜고 연주곡을 튼다. 시간을 확인하고 종이와 재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