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필, 손끝의 온도를 닮은 도구

찰필, 손끝의 온도를 닮은 도구

처음 만나는 드로잉의 세계 성인 수업이든 학생 수업이든, 그림의 시작은 언제나 선을 긋는 일에서 시작한다.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을 만드는 선의 방향과 힘에 따라 톤이 된다. 흥미로운 건, 성인들도 아이들도 힘줘서 진하게 긋는 건 잘하지만 힘 빼는 걸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그림이 마음처럼 완성되지 않으면 금세 “저는 재능이 없나봐요”라며 속상해한다. 그럴 때 나는 말없이 작은 도구 하나를 꺼낸다. 기본 재료를 살짝 ‘업그레이드’해주는 도구, 바로 찰필이다. 이...
별명 속에 담긴 내 얼굴

별명 속에 담긴 내 얼굴

내 안에 수 많은 나 한 사람안에는 얼마나 많은 모습이 있는 걸까.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나는 종종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그래서 내 안의 감정들이나 생각나지 않는 유년시절 떠오르는 몇 개의 이미지나 무언가를 즉흥적으로 결정해버리는 듯한 우연성들에 대해 꼬리를 물며 생각하곤 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뒤늦게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여전히 모르겠는 채로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나를 부르는...
관조하는 삶

관조하는 삶

관조라는 단어와 나 관조의 국어 사전을 찾아보니,“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누군가 내 글을 읽고 “이렇게 관조적인 태도의 글이라 내가 궁금했다”고 말해 준 적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시인 S도 내게 무언가 변했다며 “관조가 생겼구나!” 하고 말했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나의 무엇에서 그런 기운이 읽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관조하는 삶』 그리고 『피로사회』 우리는 오로지 노동과 성과를 통해 삶을 지각하므로 무위를 결함으로, 가능한한 빨리...
그림책, 한권의 더미북이 나오기까지_2. 썸네일 만들기

그림책, 한권의 더미북이 나오기까지_2. 썸네일 만들기

그림책 vs 동화책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동화책과 그림책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어린이가 보는 책을 통틀어 ‘동화책’이라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둘은 명백하게 구분된다.한 권의 책에서 글이 내용을 이끌어가면서 그림은 보조적 역할, 즉 삽화로 사용되는 경우에 동화책이라고 한다. 그림책은 그림이 이끌어 가는 책이다. 페이지 안에서의 그림은 상황 또는 사물을 시각적으로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 메시지를 담은 사물을 트리밍하거나, 상황을...
가드를 올리고

가드를 올리고

가드를 올리고 산을 오른다. 처음에는 단박에 오를 것 같았지. 생각처럼 쉽지 않네. 좁은 길을 지나 골짜기를 넘어 커다란 바위를 만났어. 글은 산을 오른다는데 그림은 치고박는 링 위에서의 권투 시합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바위같은 어퍼컷에 고개가 들린다. 강력한 펀치다.가드는 내려가 있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는 정확한 타격점인 턱을 향해 인정사정 없이 날렸다. 바위를 지나니 웅덩이 웅덩이를 넘으니 가파른 언덕 내가 날리는 펀치는 상대방은 다 보인다는 듯 요리조리 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