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의해서 sosuh | 7월 25, 2025 | 미술선생의 책상
아동미술, 꼬맹이들과의 수업 일주일에 단 한 번, 한 시간.이게 내가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이다.그 짧은 한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마법 같은 시간인가 보다. 문을 열자마자 “오늘은 뭐 해요?” 하고 물으며 신나게 달려오는 아이들. 수업이 끝나고도 집에 가기 싫어 “조금만 더 할래요!” 하며 귀엽게 앙탈을 부리다가,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찬이는 지난주에 가족행사가 있어서 한 주 결석했다. 두 주 만에 다시 만난 찬이와 수업을...
에 의해서 sosuh | 5월 30, 2025 | 조용한 하루
애서가의 책장 나는 책을 다람쥐처럼 읽는다 나는 책이 좋다. 이사할 때마다 책들을 중고서점이나 지인들에게 듬뿍 주고도, 여전히 “이 아가씨 책이 많네”라는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의 말에 멋쩍어하며 ‘이번엔 책을 좀 줄이자’ 다짐하곤 하지만 어김없이 책장은 터질 듯 늘어나고, 결국 또 책장을 샀다. 2중으로 겹겹이 꽂혀 있던 책들이 새로 산 책장에 널찍하게 꽂히니 단정하다. 덩달아 내 마음도, 햇볕 좋은 날 널어 말린 빨래처럼 탁탁 털고 기분 좋게 접어놓은...
에 의해서 sosuh | 5월 17, 2025 | 조용한 하루
제작년,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1층에 꽃집을 오픈했다며 꽃집 사장님이 인사와 함께 떡을 건네 주시며 벽에 붙어있는 그림들을 구경하셨다. 붙어있는 꽃그림을 보시며 “와~ 이런 꽃 그림 그려보고 싶어요. 보태니컬이라고 하는거죠? 나중에 배우러 와야겠어요.” 하신다. 인사드리며 “언제든 환영이에요.” 라는 말을 전했는데, 그 약속을 기억하셨는지 몇 달 후 정말로 문을 열고 수업 신청을 하러 오셨다. 성인취미 수업은 목요일 오전과 월요일 저녁에 진행되는데 아이패드 수업에서...
에 의해서 sosuh | 7월 11, 2025 | 조용한 하루
춘천, J를 만나고 돌아오다 춘천에서 돌아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J의 말들이 오래도록 가슴에 맴돌았다. “나는 실패했어.””지금의 나는 마치 식물인간 같아.” 그 말은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이 더 깊이 박혔다.나는 왜 갑자기 J에게 연락을 했던 걸까.며칠 전, 읽고 있던 산문집이 떠올랐다.요즘 천천히 읽고 있는 작가의 책. 문득 기억났다. 몇 해 전, 이 작가의 전작을 선물해준 사람이 바로 J였다는 걸.책을 읽으며 무의식중에 J...
에 의해서 sosuh | 7월 5, 2025 | 조용한 하루
춘천, J를 다시 만나다 J가 보내준 주소를 찍고 도착한 곳은, 호반의 도시답게 강 바로 앞에 놓인 아파트 단지였다.춘천이 고향이라며 명절때 춘천가는기차를 타는 J를 부러워했던 기억이 났다. “주차했어”톡을 보내니 잠시 후, J가 내려왔다. 덥수룩한 헤어스타일, 마른 체형은 예전 그대로였지만 휑하게 줄어든 머리숱과 늘어난 흰머리가 세월을 말하고 있었다. 로컬 맛집이라며 데려간 닭갈비 집에서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우린 한두 계절에 한 번쯤 만나밥을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