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울수록 흐려지는 것들

가까울수록 흐려지는 것들

또 깼다.화장실을 다녀와 시간을 확인하니 어김없이 새벽 세 시 반이다. 바로 잠들면 좋겠지만, 십중팔구는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몇 번을 뒤척이다가 결국 잠을 포기하고 일어나 버린다. 이쯤 되니 이것도 하나의 루틴이다. 다행히 이번 주까진 겨울방학이라 수업은 오후에 있다. 침대에 걸터앉아 라디오를 백색소음처럼 틀어 놓고 졸았다 깼다를 반복하며 한두 시간쯤 게으름을 피우다가 천천히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도 그렇게 새벽에 깼다. 눈이 간지러워 왼쪽 눈을 비볐다. 좀처럼 간지러움이...
이번엔, 페터 비에리!

이번엔, 페터 비에리!

두 개의 이름을 가진 사유가, 페터 비에리 한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읽어갈 즈음, 책방지기가 다음 작가를 정하자며 물었다.“함께 나누고 싶은 작가나 추천하는 작가가 있나요?” 나는 책장에 ‘다시 읽고 싶은 책’ 칸이 따로 있다.몇몇 이름을 떠올리다가, 재작년에 몰아 읽었던 한 작가가 생각났다.그는 철학서에는 본명을, 소설에는 필명을 쓴다.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도 같은 사람인 줄 몰랐다.『자기 결정』을 재독하며 문장마다 멈춰 서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그의 책을 모조리...
무심한 겨울 끝에서 꿈꾸는 ‘봄날의 고양이’

무심한 겨울 끝에서 꿈꾸는 ‘봄날의 고양이’

무심했던 겨울, 나를 멈춰 세운 아크릴화 한 점 작년 겨울에 비하면 이번 겨울은 눈이 참 박하다. 유난히 추위를 못 견디는 나는 지난 겨울 내내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번 겨울은 참 무심하게 흐른다. 아니다. 정정하자. 계절이 바뀌어가는 줄도 모를 만큼 내 마음이 무심했다.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이토록 마음을 동동거리며 겨울을 보냈을꼬. 문득, 휴대폰이 ‘오늘의 추억’이라며 작년 이맘때 그린 아크릴화 사진 한 장을 띄워줬다. 흰 눈이 사락사락 내리는 풍경,...
‘인쇄감리’를 다녀오다

‘인쇄감리’를 다녀오다

인쇄소에 다녀오는 날 인쇄소에 인쇄감리를 다녀왔다.메일과 파일로만 오가던 제작소 담당자를 처음으로 직접 만난 날이었다.책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아, 정말 책이 되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뒤늦게 밀려왔다. 시간 맞춰 도착한 인쇄소에 들어서자,윙윙거리며 큰 인쇄기가 여기저기서 돌아가는 소리,철커덩철컥하며 종이가 인쇄기에 한 장씩 찍히는 소리, 재단하려고 쌓아둔 인쇄물들, 잉크 냄새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한두 권 책을 만들어 본 게 아니지만, 막상 인쇄소에 서...
사나운 애착,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

사나운 애착,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

1935년에 태어난 비비언 고닉은 페미니즘 운동가, 이론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다가 52세에 자전적 소설, ’사나운 애착‘을 계기로 뒤늦게 작가로서 본궤도에 오른다. 80세에 접어들어도 회고록 등을 펴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며 ’작가들의 작가’로 읽고 쓰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읽은 세 권, 『사나운 애착』,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끝나지 않은 일』을읽으며 비비언 고닉이라는 작가를 조금 알게 된 듯하다. 여성으로서의 글쓰기를 맛본 느낌. ^^ 비비언 고닉은 언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