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의해서 sosuh | 7월 5, 2026 | 미술선생의 책상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면 무엇이 가장 먼저 훈련되어야 하는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강의실에는 고요한 정적만 흐른다.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쉬운 5지선다의 예시를 준비한다. “1번 머리, 2번 엉덩이, 3번 눈, 4번 손, 5번 센스.” 이래도 먼저 입을 여는 학생이 없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라 이내 미리 준비한 상품을 슬쩍 꺼내 보여준다. 과자이거나 내가 직접 디자인한 제품이다. 그제서야 상품에 눈이...
에 의해서 sosuh | 6월 8, 2026 | 조용한 하루
안 슬픈데요 “안 슬픈데요.” 순간 턱 하고 말문이 막혔다. 얼마 전 아이들과 생존수영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대답이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학원 근처 초등학교에서는 2학년부터 생존수영 수업을 한다고 했다. 운동으로서의 수영이 아니라 물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아이들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냥 수영하면 되는데 왜 이런 걸 배워야 해요?” “선생님이 무서워서 장난도 못 쳐요. 너무 싫어요.” 투덜거리는 아이들에게 나는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너희가 생존수영을...
에 의해서 sosuh | 5월 31, 2026 | 미술선생의 책상, 조용한 하루
하나의 일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문 하나가 열리는 것 같다. 문을 열고 두 발을 들이면 전에는 몰랐던 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달의 뒷면처럼 늘 거기에 있었지만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세계. 미술 학원을 운영하며 새로 알게 된, 달의 뒷면 같은 세계가 있다. 원장이 되고 나서 알게 된 것들 먼저는 일 년에 두 번(5월과 12월), 원장 교육연수가 있다는 것. 이런 일은 공지를 받았을 때 바로 해치워야 한다. 미뤄두면 다른 일정들 사이에 묻혀 깜빡하기 쉽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에 의해서 sosuh | 5월 19, 2026 | 조용한 하루
파스칼 메르시어, 『언어의 무게』 하나의 문장을 만나기 위해 한 권의 책이 내게 닿을 때가 있다.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가 내게는 그러했다. 63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었지만, 어느 한 페이지의 문장 앞에서 나는 그만 펑펑 울고 말았다. 삶이 등 뒤에서 진행된 것 같아서 이 책은 의사의 오진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가, 그것이 오류였음을 알게 되면서 삶의 대전환을 맞이하는 번역가 레이랜드의 이야기다. 평생 타인의 글을 옮기던 그가 뜻밖에 출판사를 운영하게 되고, 마침내...
에 의해서 sosuh | 5월 9, 2026 | 조용한 하루
나는 둘째다.위로 세 살 터울 오빠가 있고, 아래로 세 살 터울 여동생이 있는 1남 2녀 중 샌드위치 장녀. 사회생활을 하며 둘째라고 밝히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아, 역시. 둘째들이 자립심이 강하더라고요. 중간에 치여 자라 그런가.” 둘째들은 정말 다 그럴까? 모두가 비슷한 성향을 보이게 되는 걸까. 어린 시절 오빠와 다투면 엄마는 “네가 동생이니까 참아야지”라며 오빠 편을 들었고, 동생과 싸우면 이번에도 “언니인 네가 참아야지, 동생은 너보다 어리잖니”라며 동생 편을...